▣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면 2005년 부유세 도입에 미온적인 1기 지도부의 몇몇 최고위원들을 향해 “정치적 자폐증” “양의 탈을 쓴 진보”라고 비판하며 파문을 일으켰던 윤종훈 회계사를 기억할 것이다. 그와 함께 2002년 대선 공약개발단에 참여해 부유세를 입안한 또 다른 주역 김정진(36) 변호사. 그가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나섰다. 물론 권력 장악이 목표는 아니란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여온 최고위원 선거판을 뒤집고, ‘최고지도부’라는 의식 속에 당을 잘못 이끌어온 최고위원회의 문화를 바꾸겠다는 게 진짜 출마 이유다.
“현재와 같은 퇴행적 정파 구도 속에서는 당의 정체성과 노선이 후퇴를 거듭할 뿐이다. 당무 집행의 실질적 책임을 맡는 당 3역과 달리 최고위원은 당원이 다다를 수 있는 민주노동당 최고위 명예직이다.” “일반 최고위원은 어쭙잖은 ‘최고지도부’ 의식을 버려야 한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발판 정도로 생각하는 의식도 없어져야 한다.”…. 최고위원이 되겠다는 그의 입에서 오히려 최고위원회의 힘을 빼자는 외침이 터져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2002년 월급 60만원을 받는 민주노동당 정책부장으로 발을 들인 그가 지도부 개조의 밀알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정파 구도의 폐해에 대한 뼈저린 반성에서 출발한다. “당 지도부 개개인의 문제도 문제지만, 그들 뒤에서 무능력·무소신·무책임의 ‘3무 정치’로 일관하는 당내 정파에 분노한다. 대다수 공직 선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당의 위기를 방치하고 조장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오로지 당권 유지와 장악에만 골몰하고 있다.”
뜻은 당차다. 하지만 당원들이 1인1표를 행사하고, 정파적 이해가 투표 행태를 좌우해온 민주노동당의 현실에서 특별한 정파적 연고도 없는 그가 3명의 선출직 남성 최고위원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단 당원들의 반응은 제법 뜨겁다. 출마에 필요한 160명의 추천인을 쉽게 채웠고, 윤종훈 회계사도 추천의 글을 쓰며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강고한 보수 정당 구조가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 동력이 됐듯, 현재 민주노동당 내부의 정파 구도도 새로운 흐름으로만 극복될 수 있다. 그 대안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당선이 목표지만, 실패해도 당을 위한 소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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