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그는 아기도 낳기 전에, 아니 결혼도 하기 전에 보육운동을 시작했다. 인간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해달라는 서울 양천구 보육조례 개정운동의 대표주자로 나선 것이다.
권혁태(34·양천구 신월4동)씨는 지난 11월8일 청구인 대표로 양천구청에 보육조례 개정 청구서를 제출했다. 권씨는 14일 신고필증을 받고 조례 개정을 위한 주민발의 운동에 들어갔다. 주민발의 제출시한인 내년 2월11일까지 7800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약혼자와 번갈아 서명을 받으러 거리에 나가고 있어요. 15일에는 약혼자가 나갔고, 16일에는 제가 나갔죠. 다행히 시민들 반응이 좋아요. 하루 2시간씩 했는데 벌써 270명이 넘었어요.”
보육조례 개정운동은 민주노동당이 학교급식조례 개정운동에 이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서울 서대문·강북·영등포구에 이어 양천구가 네 번째로 뛰어들었다. 중앙당 인터넷실에서 일하는 권씨와 역시 열혈당원인 약혼자는 당 지역위원회 활동 중 만나 사랑을 키웠고, 결혼을 결정했고, 보육운동에도 뛰어들었다.
결혼 뒤 권씨가 아이를 키울 터전, 양천구의 보육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만 5살 미만 아동은 2만4000명인 데 비해 보육시설 수용인원은 9500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보육료가 저렴하고 시설이 나은 구립 어린이집 정원은 2600여명 밖에 되지 않아 출생 직후 등록 신청을 내놓아도 제때 들어가기 힘든 실정이다. 현재 제정된 보육조례는 구립 어린이집의 운영과 지원 규정을 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연초부터 고민한 끝에 조례개정운동을 하기로 결심한 거예요. 보육 전문가와 교사, 공무원이 모여 보육에 관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문제를 심의·점검하는 보육정책조정위원회를 구청에 설치하고, 20인 이상 어린이집에는 운영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개정 조례에 담았죠.”
권씨는 결혼 뒤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보육운동을 시작했으니, 당연하다. 결혼 뒤에도 맞벌이를 지속할 계획이어서 뾰족한 ‘보육 대책’이 없고, 국가 또한 시민의 보육 문제를 방치하고 있지만, 아이 욕심은 어쩔 수 없다. 그는 “우리가 열심히 운동한 만큼 아이 키우기가 쉬워질 것”이라며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권씨의 결혼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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