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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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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학] ‘말의 달인’이 지적한 꼴불견

등록 2005-11-18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나는 왜 말을 잘 못하지? 왜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지? 이런 고민을 해봤다면 방송연기자 최병학(65)씨의 책 <최병학의 화술 오딧세이>(아침기획 펴냄)를 읽어볼 만하다. 이론부터 실기까지 첨삭 지도를 아울렀다. 최씨에 따르면 말 잘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① 들리게 말하기 ② 생각을 담아 말하기 ③ 재미있게 말하기 등이다. 간단해도 효과는 크다. 잘 들리면 상대가 편안해하고, 생각을 담으면 설명과 설득이 가능하며, 재미있게 말하면 인기도 얻는다. 그 결과 깊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 친구가 많아지면 자신감은 덤으로 붙는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꾸준히 사물을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하면 누구나 ‘말짱’이 될 수 있단다.

최씨가 책을 준비한 시간은 3년이 넘는다. “소걸음으로” 따라 읽을 예문들을 찾아 분석하는 데에도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한겨레21>도 빼놓을 수 없는 텍스트였다고 한다. 수줍음이 많은데다 장사하느라 바쁜 부모 밑에서 무녀독남으로 자라다 보니 늘 심심했다. 라디오도 귀하던 시절 심심해서 국어책을 읽어 버릇하던 게 성우로 방송계에 데뷔해 각종 정극과 사극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하는 밑천이 됐다고 한다. 큰 소리로 책을 읽다 보니 강약을 넣으며 대사를 치게 되고 역할을 바꿔보게 되고 나아가 생각을 자꾸 하게 됐단다. 그 힘으로 고교시절 연극 무대에 섰고 “어? 나도 되네” 싶어 대학시절에는 각종 세미나나 발표 때 사람들 앞에 서고 “어? 잘되네” 싶어 군복무 시절에는 오락회를 도맡아 진행했다. 그렇게 재능이 길러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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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대학 강단과 방송 아카데미에서 ‘화술론’ 강의를 하면서도 “웅변학원 다니고 스피치 연습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일상에서 가족, 친지와 원만하게 대화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는 “난 목소리가 나쁘다, 발음이 샌다 그러면서 말 잘하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러면 그런대로 남에게 잘 들리게 하고 말의 내용을 채우면 개성 있고 깊이 있는 말솜씨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꼴불견 말버릇은? 혼자서만 끊임없이 떠드는 것, 아무도 안 궁금해하는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것, 논점이나 요지 없이 장황하게 얘기하는 것, 남 험담하는 것 등을 최씨는 꼽았다. 한마디로 남을 배려하지 않는 말버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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