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21세기에 예술의 미래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전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미디어 아트’ 작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체로 호기심 차원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아티스트 김형기(45·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상공학과 교수)씨는 공학적 기술이 예술과 소통하면서 실용적으로 거듭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화두는 ‘이종교배’다. 서로 다른 것들을 ‘융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그에겐 ‘미다스의 손’이 있는 듯하다. 2차원 화면이 그의 손을 거쳐 3차원 영상으로 재탄생한다. 임신부 마네킹에 비디오 프로젝션을 이용하면 물줄기가 흘러 살아 있는 조각으로 변신한다. “비디오 작업으로 영상을 만드는 것은 디지털 세대에 다가서는 데 한계가 있다. 그들과 소통하려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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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특수 영상은 공연문화를 바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연극이나 영화, 축제 등에 미술적인 요소가 등장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첨단 영상기술을 적용하면 인터렉티브(쌍방향) 공연을 연출해 더욱 실감나는 스펙터클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는 서울신촌아트페스티벌 개막공연과 세계여성학대회 개회식 등에 디지털 영상작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그가 공학과 예술의 새로운 접점을 만드는 ‘비결’은 독특한 이력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 1985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회화과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회화와 조각, 판화 등을 넘나들다가 멀티미디어에 정착했다. 다시 파리 국립전문직학교에서 정보공학의 기초를 다졌다. 그의 작품에 그림과 조각, 빛과 소리 등 다양한 장르가 등장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가 21세기 예술을 주도할 수 있어요. 이젠 예술도 서구를 좇아가는 데서 벗어나 우리의 특장을 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그가 창조하는 영상 세계는 공학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융합에 의해 미래와 비전이 열리는 셈이다. 공연영상의 미래를 11월15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메티새지‘(Metissage·융합형 디지털 영상 전시)전에서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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