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차별! 일본 사회에서 어쩌면 한센인과 재일동포는 크게 다르지 않다. 김귀분(26)씨는 한국 국적을 지닌 재일동포 3세다. 그는 도쿄에 있는 다카마스 기념관의 한센병 자료관에서 근무한다. 한센병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게 그의 일이다. 바로 옆 다마 전생원에는 재일동포 한센병 환자 40여 명이 요양하고 있다. 일은 아니지만 그는 이들과 자주 왕래한다.
그가 하고 싶은 일은 자료관에 조그맣게 한국 한센인관을 꾸미는 일이다. 11월17일 한국을 찾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한센인 정착촌 방문을 포함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서로 다른 한센인 역사와 정책이다. 1963년 한센인 격리정책을 없앤 한국엔 현재 89곳의 정착촌이 있지만, 96년에야 격리정책이 사라진 일본엔 한센인 집단 정착촌이 없다. 그는 “힘이 닿는다면 미국의 하와이나 브라질 등 다양한 나라의 사례를 수집해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주위에서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들어왔던 그에게 한센인과의 만남은 특별한 것이었다. 그들과 만난 뒤에야 그들이 비로소 차별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인 재일조선인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그에게 한센인, 재일동포 한센인, 한국, 한국 한센인은 전혀 다른 이름들이 아니다. 그의 석사학위는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하나인 오세창씨에 관한 것이다.
일본 구마모토 지방법원은 지난 2001년 5월 한센병 환자 격리정책으로 인권을 침해당해온 한센인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다. 김씨는 “일본엔 여전히 한센병 환자가 있다. 재판은 끝났지만 차별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세계의 그 어디에서든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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