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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기] 미 의회도서관 사서직에 도전해보라

등록 2005-11-04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 의회도서관의 소장 도서는 1억8천만 권에 이르며, 한국학 관련 도서만도 24만 권 수준이라고 한다. 이영기(52) 미 의회도서관 선임연구원은 이 한국학 도서를 분류·관리하는 전문 사서 20여 명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연구원의 주 임무는 수많은 한국학 도서들의 분류 규칙을 정하는 일이다. 최종 결정은 도서관 차원에서 내리는데, 15년째 사서로 일하는 그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규칙 제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연구원을 비롯한 한국학 사서들의 숨은 노력이 열매를 맺은 대표적인 예로, 1990년대 소장 도서의 분류 규칙에서 ‘다케시마’(Takeshima)로 돼 있는 주제어를 ‘독도’(Tok island)로 바꿔놓은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렇게 바뀐 분류 규칙은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공공 도서관에 그대로 채택된다. 미 의회도서관의 분류 규칙이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 상·하원 의원들이나 한국 관련 전문가들이 한국 관련 자료를 주로 얻는 곳이 전국 각지의 도서관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을 ‘바로 알리는’ 1차 길목에 이 연구원 같은 사서들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올해 처음으로 ‘해외 한국학 사서 워크숍’을 개최한 것은 이런 점에 주목해서다. 10월23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이번 워크숍에는 이 연구원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한국학 담당 사서 20여 명이 참석해 고문헌 관리, 국내 도서관 전자정보 서비스 사례 등에 대한 강의와 토론을 통해 한국학 자료의 체계적인 관리와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 또 규장각, 안동 문화유적지 탐방 일정도 포함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이번 첫 모임에서는 앞으로 2년에 한 번씩 워크숍을 열고 상호 교류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 연구원은 도서관학(문헌정보학) 공부를 한 뒤 꼭 10년 만인 91년 미 의회도서관 사서직에 응시해 꿈을 이뤘다. 의회도서관 사서는 연방정부 공무원이며, 은퇴 연령이 따로 없는 사실상의 종신직이라고 한다. 그는 “문헌정보학을 공부하는 젊은이들이라면 미 의회도서관 같은 해외 도서관 사서직에 도전해 한국을 바로 알리는 일에 나서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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