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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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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철종] 뉴욕에서 엉덩이를 흔들어라

등록 2005-10-20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해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지난 3월10일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붉은 천사’가 되어 ‘9시 뉴스’ 화면에 등장했던 연극인 심철종(46)씨. 당시 그는 웃통을 벗은 채 붉은 가죽팬티와 치마를 입고 팔에는 천사의 날개를 단 차림으로 자동차 위에서 “국민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도 어김없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경찰에 연행됐지만 벌금형은 받지 않았다.

국내 문화예술인 가운데 그만큼 경찰서를 들락거린 사람은 없을 것이다. 3년 전에는 같은 장소에서 “국민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풀어드립니다”라면서 중고 승용차 한대를 망치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때는 중고차 구입을 포함해 100여만원의 진행비에다 벌금 40만원까지 내야 했다. “친구들조차 매스컴 노출증이 있는 ‘또라이’라 놀리기도 한다. 하지만 예술가로서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또라이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려 한다.”

머지않아 그의 돌발 퍼포먼스는 태평양 건너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는 뉴욕 맨해턴 한복판에서 한국인 100명이 참가해 ‘엉덩이를 까는’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칼러풀 코리아’를 연출해 일방적인 미국 문화를 조롱하면서 우리나라를 알리려는 것이다. 최대 걸림돌은 태평양을 건널 비용을 마련하는 것. 이미 15명가량이 참가하기로 했다. 주로 홍익대 앞에서 활동하다 뉴욕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예술은 현대인의 정신을 계속 흔드는 데 있다. 미국의 심장부를 흔든 대가도 얼마든지 감수하려 한다. 누군가 후원자로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의 퍼포먼스를 돌출행동으로만 여긴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20여년 전부터 각종 실험성 강한 공연의 산파 구실을 하면서 여러 영화에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홍대 앞의 문화기지 ‘씨어터제로’의 대표라는 직함도 빼놓을 수 없다. 씨어터제로는 폐관 위기를 넘기고 내년 7월 재개관할 예정이다.

그는 미국행에 관련된 문제를 풀면서 홍대 앞 문화를 대표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메이드 인 홍대 앞’을 기치로 내건 이미지극이다. 이미 창작 준비작으로 지난 9월23일 홍대 앞 갤러리 크세쥬에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선보이기도 했다. “홍대 앞 문화 게릴라들을 묶기만 하면 세계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지금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 언젠가는 홍대 앞을 세트로 하는 거대한 작품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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