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고욤나무·매발톱나무·쥐똥나무 등 80여종 51만주의 수목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이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에 있는 사릉수목학습원 김영립(35) 원장. 무려 3만여평에 이르는 방대한 수목원을 다른 직원 1명과 함께 돌보고 있다. 둘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진짜 농군들이 도와준다. “서울 근교에 이만한 쉼터도 드물지요. 그런데 동네 사람들도 이곳이 무엇을 하는지 몰랐어요. 서울시녹지사업소에서 관리하는 양묘장으로 숲과 공원 등지에 조달할 수목을 키우고 있어요.”
사릉수목학습원은 식물들이 주인이다. 꽃과 나무에 해로운 것은 없다시피 하다. 사전예약제로 운영하며 이용객을 1일 200명 이내로 제한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는 2년 전 사릉수목학습원에 부임하면서 일체의 쓰레기통을 없앴다. 수목학습원에 왔으면 먹고 마시는 것보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수목의 생장 과정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용객의 ‘집단민원’을 염려했는데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 쓰레기봉투를 준비해 수목학습원을 찾는다.
그런 수목학습원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숲속별밤가족캠프’를 서울시녹지사업소가 마련했다. 여기에 무수한 경쟁을 뚫고 초대받은 가족들은 나무 도감을 만들고, 외발 수레를 끌고, 풀피리를 불며 풀잎 염색을 하는 등 1박2일을 자연의 넉넉한 품을 즐겼다. “한여름에 개울은 물론 샤워시설조차 없는 곳에서 불편을 감수했을 것입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마련했는데 너무 덥다고 줄행랑을 친 가족도 있었으니까요. 사람이 불편을 감수해야 수목이 편안하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만일 날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불편을 감수할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4회 캠프 중에서 2회가 비로 무산돼 지난 주말 1회를 추가 편성했다. 그야말로 수목학습원에서 가족들이 추억을 만드는 게 하늘에 달린 셈이다. 이제 그는 10월 둘쨋주로 예정된 조롱박으로 바가지 만들기 행사를 마음으로 준비한다. 수목학습원의 크고 작은 통로에 주렁주렁 매달린 조롱박을 보며 옹골차게 자라길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 조롱박 터널을 구경하려면 예약(parks.seoul.go.kr/soomok)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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