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키나와=사진·글 황자혜 전문위원 jahye@hanmail.net
오키나와행 비행기를 타면, 오키나와 상공에 접어들면서부터 나하공항에 착륙하기 전까지 기가 막힌 저공비행을 만끽(?)할 수 있다. 야경이면 더욱 끝내준다. 그러나 그게 다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무슨 팬서비스인 줄 알지만, 다 미군기지 때문이죠. ‘가데나 랩콘’이라고 통칭하는 레이더 관제시설의 관할공역이에요. 그래서 민간 항공기들은 언제나 300m 아래로 위험한 저공비행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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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전쟁유적과 미군기지를 올바른 역사 인식으로 안내하는 ‘대학생 평화가이드’ 양성에 여념이 없는 국립류큐대학 사회교육학과 전임강사 야마구치 다케시(35)씨. 오키나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분주하게 활동한다.
“기지는 울타리 안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일상적으로 걸어다니는 땅 속엔 해안에서 기지까지 연결된 급유 파이프라인이 깔려 있습니다. 또 미군의 훈련을 위해 20개 공역과 29개 수역이 설정돼 있으니, 오키나와는 하늘·땅·바다 모두 미군의 지배 아래에 있는 셈입니다.”
가데나 기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오르자, 그는 왜 이곳이 ‘안보가 보이는 언덕’이라 불리는지를 설명해줬다. 겉으로는 일본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론 일본을 세계전략상 침략전쟁의 발신 기지로 삼는 허울뿐인 ‘일-미안보조약’을 확인할 수 있는 언덕이란다. 고막이 터질 듯한 전투기의 소음에도 단련된 듯, 그의 설명 하나하나에는 현장감이 묻어나왔다.
한-일 교류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해 겨울 한국 내 미군기지를 둘러본 뒤 미선·효순 추모비를 참배했고, 올해 1월엔 오키나와에서 열린 한일역사교사교류모임의 사무국장으로도 활약했다. 다가오는 11월엔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군기지·역사왜곡 관련 수업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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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야마구치씨의 안내를 받았다는 건 오키나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행운을 안은 것이다. 공항의 관광안내서에는 없는 전쟁의 실상, 류큐 왕국의 전통, 오키나와만의 맛과 인정까지 그를 통해 모두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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