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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성] 국악매니아, 사고 치다

등록 2005-05-18 00:00 수정 2020-05-02 04:24

▣ 이순혁 기자/ 한겨레 사회부 hyuk@hani.co.kr@hani.co.kr


“그 귀한 음반들이 일본으로 팔려나갈 수도 있다는 소식에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결국 전셋집 뺄 각오로 일단 사겠다고 나섰습니다.”

회사원 김문성(34·언론중재위원회 심의실 서울제4중재부)씨는 최근 ‘사고’를 쳤다. 결혼을 위해 저축해놓은 4천만원에 대출금 2천만원을 보태 고전 국악 음반 1천여장을 산 것이다. 1910~70년에 녹음된 유성기판(SP)·레코드판(LP) 국악 음반들에는 김선초의 <울산 큰애기>와 김난홍의 <서도 농부가> 등 말로만 듣던 희귀 음반들도 여럿 포함돼 있었다.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진 음반 소장자가 급히 매물로 내놨다는데, 국내에서는 매입할 사람이 없고 몇몇 일본인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하더군요. 정부기관과 문화단체 몇곳에 매입을 권유했으나 다들 어렵다고 해서 직접 나서게 된 것입니다.”

김씨의 국악과의 인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에 한 답사에서 우연히 <진도아리랑>을 접하고 “총체적 서사극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잃게 된 것이다. 전국의 굿판과 명창들의 공연을 찾아다니던 버릇은 직장인이 된 뒤에도 이어졌고, 지난해 미국에 건너가 최초의 애국가 음반을 찾아내기도 했다. 올 3월부터 국악방송(99.1MHz)에서 <김문성의 신민요 80년>이라는 프로그램도 맡게 된 그는, 어느새 회사원이라는 말보다는 ‘국악 전문가’라는 호칭에 익숙해졌다.

“결혼이오? 글쎄요. 하긴 해야 할 텐데…. 요즘엔 회사일 마치고 ‘언론에 비친 국악 60년’ 논문 쓰느라 바쁩니다. 또 박초선·서현숙 선생 등과 함께 가을에 열기로 한 ‘재야 명창의 밤’ 행사도 슬슬 준비해야죠.”

평일 저녁과 주말은 대부분 국악과 관련한 일들에 쏟아부느라 데이트할 시간도 없다는 김씨의 말이다.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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