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의 잔잔하고 따뜻한 생활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왔다네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그렇고 그런 뻔한 인생관이 실린 책 → 화장실에서 지루할 때나 가끔 읽는 책 → 언제 오나 기다려지는 책.’
서울 자양중학교 1학년 김미단(13)양이 월간 <작은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1년에 걸쳐 바뀌는 과정을 <작은책> 5월호를 통해 요약한 것이다. 김양의 얘기를 들어보면 서정홍 시인(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일꾼)이 <작은책>을 광고하면서 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싶다. “깨끗하고 쉬운 우리말을 잘 살려 쓰기 위해 애쓰는 <작은책> 속에는 누구나 알기 쉽고 감동스런 글이 참 많다. 그래서 중학생이 읽어도 되고, 대학교수가 읽어도 되고, 농부나 노동자가 읽어도 된다.”
“문인들의 소설이나 시를 흉내내지 말라”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와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라는 기치를 내걸고 세상에 나온 월간 <작은책>이 5월호를 기점으로 창간 열돌을 맞았다. 처음 생길 때 “저 매체가 얼마나 갈까” 하고 회의 반 의심 반의 눈초리를 보내던 이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깬 셈이다.
<작은책>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생활글’이라는 새로운 글쓰기 장르를 개척하고, 노동자 글쓰기 문화의 폭을 넓힌 데 있다. 아동문학가인 고 이오덕 선생이 <작은책> 창간호(1995년 5월호)에서 밝힌 ‘일하는 사람들이 써야 할 글’에 대한 얘기가 현실화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른바 문인들이 쓰고 있는 소설이나 수필이나 시를 흉내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들이 쓰는 글은 소설이니 동화니 수필이니 하는 따위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다. 굳이 글의 갈래를 자세히 밝힌다면 생활이야기, 겪은 이야기, 들은 이야기, 일기, 편지…. 이렇게 되겠다.”
창간 10주년 특집호에도 역시 생활글이 많다. 스님이 된 동생이 가족과 만난 일이 너무 기뻤다는 누이의 글, 고등학생이 된 딸이 자기가 어릴 적 똥기저귀 가방으로 쓰던 가방을 찾아내 학교에 메고 다닌다고 고백한 엄마의 글 등이 실려 있다. 질박한 인생의 진실이 담겨 있는 생활글은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5월12일 <한겨레21> 취재진이 찾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월간 <작은책> 사무실 벽에는 10주년 축하 편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교도소에 있다는 박아무개씨는 편지에서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보내드리려 한다”면서 1년치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버스운전 그만두고 뛰어든 안건모 편집장
창간 초기부터 필자와 독자로 참여하다가 올해 초부터 상근자가 된 안건모 편집장은 “<작은책>으로 지식인들을 의식화하고 싶다”며 “글은 고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선입견과 편견을 없애는 게 바로 의식화”라고 말했다. 안 편집장은 <작은책>을 위해 20년 동안 해오던 버스운전도 그만뒀다. 정년을 채우겠다고 다짐하면서 일터를 민주적으로 바꾸는 일에 전력해온 그로서는 힘든 결정이었다. 사진취재와 편집 등 1인 3역을 하는 마다하지 않는 송병섭 대표는 “10년 동안의 기록은 일터와 우리 사회의 흐름을 읽는 자료로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편집진과 상근자들은 보통 점심을 사무실에서 해결한다. 단독주택을 빌려쓰는 형편에 외식도 부담스럽다고 한다.
<작은책>은 10주년 기념행사로 ‘일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는 강좌도 열고 있다.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강사로 참여한다. 일하는 이들의 합리적인 상식과 시선, 그들의 목소리를 생활글로 만나볼 이들은 얼른 <작은책>으로 전화(02-323-5391)를 돌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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