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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폰 클로버그] 가장 수치스런 로비스트의 죽음

등록 2005-05-12 00:00 수정 2020-05-03 04:24

▣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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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폰 클로버그 3세(63)는 지난 20년 동안 가장 악명 높은 지구상 독재자들의 이미지를 세탁해준 로비스트로 유명하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비롯해 라이베리아의 새뮤얼 K. 도,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버마의 군사정권, 군부독재를 지지해온 과테말라 재벌 등이 그의 주요 단골손님이었다. 그런 그가 5월1일 로마의 한 저택에서 자살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독재자들을 위해 일해온 부끄러운 과거를 속죄받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1942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지방대학 졸업 이후 워싱턴의 아메리칸대학에서 기부금 모집 담당 일을 하면서 로비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클로버그는 후세인도 한때는 미국의 동맹자였다고 주장했으며, 이라크를 다녀온 뒤에는 후세인에게 완전히 매료됐다며 워싱턴 정계에 홍보하고 다녔다.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를 위해 미국과의 교역 승인을 얻어내기도 했다. 정계 로비스트 활동을 그린 <워싱턴 바빌론>이라는 책에서 그는 “아무도 접근하고 싶어하지 않는 고객을 다루는 데 단연 뛰어났다”는 평을 받았으나, <스파이>라는 잡지에서는 워싱턴 정가의 가장 수치스런 로비스트 가운데 한명으로 뽑혔다. 역대 미국 행정부와 제3세계 군부독재자들 사이의 검은 거래에도 그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그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그간의 ‘숨겨진’ 활동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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