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저도 한때 술을 많이 했죠. 폭탄주 30잔까지 마신 적도 있습니다.”
5월1일 문을 연 술문화 종합박물관 ‘리쿼리움’(Liquorium)의 박용환(53) 관장은 술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왔다. 1980년 OB맥주에 입사해 5년, OB시그램 양주 파트 10년 근무를 거쳐 지금은 제주도에서 주류 도매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 술 박물관을 차림으로써 그의 인생사에 술 얘기 한 가지를 더 보탰다.
“술은 대인관계의 윤활유지만, 잘못하면 건강을 망치게 하죠. 저도 술 때문에 고혈압, 당뇨에 뇌경색까지 갔다가 어느 순간 딱 끊고 꾸준한 등산으로 겨우 회복했습니다. 올바른 술문화가 필요합니다. 박물관을 만든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그가 술문화 박물관을 차리게 된 것은 술 회사에 오래 근무한데다 유난한 수집벽에서 비롯됐다. 나중에 딱히 뭘 하겠다는 생각이 없이 술과 관련된 것이면 뭣이든 사들이거나 지인들에게서 얻어 고향집(충북 음성)에 차곡차곡 모았다. 회사 일로 출장이 잦았던 그는 외국에서 진귀한 술 관련 유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대형 위스키 증류기, 오크통, 중세 이탈리아에서 사용했던 저장 용기 암포라, 중국 송·명나라 때의 술항아리….
“박물관을 만들 생각은 지난해에 했습니다. 박찬수 목아박물관장 등 주위 분들이 바람직한 음주문화를 알리는 일도 보람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준 게 힘이 됐습니다. 국내 주류 회사들에 박물관 비슷한 게 있지만, 대부분 자체 회사의 견학실 수준에 머물고 있거든요.”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 중앙탑공원 옆 700평 터에 자리잡은 리쿼리움은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연면적 300평으로 꾸며져 있다. 술 관련 유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술 역사, 원료 및 제조 방법, 음주문화 등 술과 관련된 자료 5천여점을 확보하고 있다. 박 관장은 “충주 탄금대 옆인데다 국보 6호인 중앙탑(신라가 삼국통일 기념으로 한반도 정중앙에 세운)을 끼고 있어 관광명소로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리쿼리움의 입장료는 일반 3천원, 충주 시민·중학생 이하 소인·20명 이상 단체는 2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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