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요즘 국내에서도 풍력발전 단지가 관광지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최연구(73)씨도 2년여 전 제주도 행원풍력발전 시설을 둘러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았듯 제주도 바람을 전기로 만들어 한국전력에 판다고 하더군요.” 만일 최씨가 ‘일상의 발견’에 관심이 없었다면 하늘 높이 치솟은 타워에 그저 넋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최씨는 30여년 전 공기압을 이용한 ‘수동 분무기’를 개발해 제조·판매까지 한 경험이 있는 발명가였다.
“기존 풍력 발전기의 날개가 크긴 해도 빠져나가는 바람이 너무 많아 보였어요. 그것을 모으면 훨씬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잖아요. 그렇게 하면 발전 단지가 좁아도 소형 발전기로 충분한 전력을 얻을 수 있겠죠.” 40대 중반까지 20여년 동안 부사관으로 지내며 터득한 추진력은 녹슬지 않았다. 제주도에서 돌아오자마자 도화지를 설계도 삼아 수많은 밑그림을 그렸다. 여기에 전역 뒤 20년 동안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며 몸에 밴 성실함과 세밀함이 한몫 거들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뒤 다중날개 바람막이판 풍력발전기 프로펠러 모델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3개인 프로펠러 대신 20개 이상의 날개를 달고 바람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프로펠러 뒤에 대형판을 설치한 것이었다. 물론 강풍에 견딜 수 있도록 판에 적당히 구멍을 뚫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이 프로펠러 모델로 특허를 출원해 실용신안등록증을 받았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나름대로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시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쓸모가 없어요. 두꺼운 종이로 만든 시제품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발전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이제 발전기까지 설치해 제대로 기술 평가를 받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수월한 작업일 리 없다. 혼자 동분서주하며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작에 필요한 경비는 자식들이 주는 용돈으로 충당할 생각이다. 70대의 발명가는 올여름 자신이 만든 프로펠러로 발전기를 돌리려고 흰머리를 휘날리며 거리를 분주히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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