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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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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시아보] 부시도 막지 못한 식물인간의 죽음

등록 2005-04-07 00:00 수정 2020-05-03 04:24

▣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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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5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영양공급 튜브에만 기대어 목숨을 이어오던 테리 시아보(41·여)가 3월31일 세상을 떠났다.

3월18일 법원의 판결로 튜브가 제거된 지 13일 만이다. 시아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그가 입원해 있던 플로리다 파이넬러스 파크의 요양원 주변에는 그의 생명 연장을 호소해왔던 많은 이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그가 천국에 가서는 마음 편히 쉬기를 기도했다. 시아보가 숨지기 전날 연방대법원은 영양공급 튜브를 다시 잇게 해달라는 부모의 청원을 기각했다. 지난 2001년 이후 여섯 번째다. 교황청은 성명을 내어 “영양 튜브 제거는 생명에 대한 공격이자, 생명의 창조자인 하느님에 대한 공격”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의 부모와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한시법을 제정해가며 튜브 제거를 저지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조지 부시 대통령, 연방의회까지 나서 ‘테리 특별법안’을 통과시키는 보기 드문 사태가 벌어졌다. 법적 다툼이 벌어졌으나 부모쪽은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과체중이었던 시아보는 지난 1990년 무리한 다이어트로 제대로 식사 조절을 못하는 상태에 빠졌고, 이로 인해 심장 박동이 잠깐 멈추는 바람에 뇌에 치명적 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됐다. 그 뒤 “아내가 식물인간인 채로 연명하길 바라지 않았다”는 남편 마이클과 “딸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다른 여자와 딴살림을 차린 채 그의 재산을 노려 죽이려 한다”는 시아보의 부모 사이에 법정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1998년 시아보의 남편인 마이클은 보조장치 제거명령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6년 만인 2004년에 “테리가 의식불명 상태이며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정하고 튜브 제거를 허가했다. 이번 사건은 의식이 살아 있는 환자가 고통을 덜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죽음을 맞게 하려는 안락사와 달리 국제적 이슈가 되었다. 미국 내 보수단체와 부시 형제, 플로리다 주의회, 연방의회에다 교황청까지 나서 영양공급 튜브의 제거를 반대하고 나선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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