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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미] 교도소 담장 너머, 축구공 뻥뻥~

등록 2005-04-07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창금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kimck@hani.co.kr
“시원한 바깥 공기 마시며 공 차면 막힌 속이 ‘뻥’ 뚫려요.”
4월2일 창단한 청주여자교도소 여자 축구단 ‘보라미’의 전병미 회장(교무과)은 숨이 넘어갈 정도로 축구를 예찬하는 축구광이다. “생각해보세요. 교도소란 특수한 시설이어서 일반 건물과 다르게 막혀 있는데, 밖에 나가서 공을 차면 얼마나 신나겠어요.” “저뿐이 아니에요. 동호회 31명의 모든 선수가 축구팀 만든 뒤 신바람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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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여자교도소는 국내 유일의 여자 교도소. 수백명의 재소자가 수감돼 있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100여명의 여자 공무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외부와 격리돼 있고, 엄격한 관리를 해야 하는 곳이기에 분위기가 딱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지난 3월3일 보라미 축구팀 창단 작업을 하면서 교도소 공기가 달라졌다. 직원 화합과 체력 증진을 위한 여자 축구단 모임이 논의되자 31명이 즉각 등록하는 등 열기가 폭발했다. 이 가운데 선수 출신은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생초보’ 축구광들은 22, 29일 퇴근 뒤 공군사관학교 내 쌍수공원에서 두번의 훈련을 한 게 축구공을 만진 첫 순간이었다.

전 회장은 “할 기회가 없었고 여건이 안 돼서 그랬지 막상 하니까 기분이 상쾌하다”며 “뛰고 차고, 때로는 소리도 지르면서 하는 축구의 묘미는 안 해본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말한다.

청주에 있는 ‘최순호어린이축구교실’의 김일 코치도 보라미의 현장 코치로 발벗고 나섰고, 남자 직원은 물주전자를 나르며 도우미 구실을 하고 있다. 내친 김에 지난달 29일에는 대한축구협회에 선수 등록까지 신청했다. 교도소쪽의 도움은 큰 힘이 됐다.

전 회장은 “아직 공 다루는 게 서툴지만 마음은 모두 프로 선수다. 우리 팀이 전국체전에 나갈 날이 올지도 모른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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