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2004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휠체어 육상 2관왕(100m, 200m)을 차지한 홍석만(31) 선수가 체육기자연맹 최우수기록상 상금 200만원 전액을 비장애인 선수 지원금으로 내놨다. 홍 선수는 사격 금메달리스트인 허명숙 선수 등 다른 9명의 아테네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연금과 포상금 등으로 600여만원을 모아 지난 3월15일 부산 알로이시오학교(옛 소년의 집) 육상팀에 전달했다.
제안은 역도 세계기록 보유자인 박종철 선수가 했다. 박 선수는 지난해 10월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직후 메달리스트들에게 “뜻깊은 일을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고, 홍 선수 등이 즉석에서 맞장구를 쳤다. 홍 선수는 장애인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받은 체육기자연맹 상금을 내놨고, 생활보호 대상자인 허 선수는 두달치 ‘생활비’를 선뜻 기증했다. 다른 선수들도 연금액과 포상금의 일부를 갹출했다.
이들이 장애인이 아닌 알로이시오학교 선수들을 돕기로 한 것은 각별한 이유가 있다. ‘장애인은 으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비장애인들의 ‘편견’을 깨려는 의도에서다. 알로이시오학교의 어린 선수들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아픔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이들에게 ‘동병상련’을 느끼게 했다. 홍 선수는 “어린 선수들이 처음에는 무뚝뚝하게 대해서 좀 이상했는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들 맑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앞으로도 좋은 기록을 내서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홍 선수는 요즘 결혼 준비에 바쁘다. 그는 지난 1999년 일본 오이타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을 때 자원봉사를 하던 에치코 이레(33)씨를 만나 5년 동안 열애에 빠졌었다. “사랑은 모든 장애를 뛰어넘는다고 하던데 그 말이 정말 맞아요.” 이레씨는 비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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