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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량] 상납 안한 수영스타, 돈 벌지마라?

등록 2005-03-17 00:00 수정 2020-05-03 04:24

▣ 베이징=박현숙 전문위원 strugil15@hanmail.net


연초부터 중국이 ‘톈량 사건’으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중국의 간판급 수영스타 톈량(天亮·26)이 국가대표 선수에서 제명을 당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중국 국가체육총국은 톈량이 국가대표 선수로서 지켜야 할 규정을 어기고 대표선수의 품위를 손상했다며 그를 수영 국가대표 선수에서 제명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나오자마자 중화권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에서 연거푸 10m 보드 부문 금메달을 딴 톈량은 연예인 뺨치는 잘생긴 외모로 인해 일찌감치 중국 연예계의 새로운 ‘스타’로 점찍어졌다. 아테네 올림픽 이후, 역시 중국의 간판급 여자 수영선수인 궈징징(郭晶晶)과 연인 사이로 알려지면서 그들의 ‘러브스토리’가 한때 장안의 가장 큰 화제가 된 적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동화 같은 사랑도 깨지고 톈량은 설상가상으로 국가대표팀에서 제명을 당했다. 제명 사유는 그가 대표선수로서의 규정을 어기고 과도한 상업적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제명 사유는 그가 이러한 각종 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의 일부를 체육총국에 상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괘씸죄’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중국의 대표급 체육선수들은 국가가 전액을 투자해 훈련시키고 길러내는 ‘국가 소유’라는 점을 들어 개인적인 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은 그 일부를 국가에 상납하도록 하고 있다. 톈량은 이 관례를 어긴 것이다.

톈량은 여전히 자신의 상업적 활동을 포기하지 않을 뜻을 비쳤다. “체육선수는 왜 자신의 가치를 이용해 돈을 벌면 안 되는가? 나도 잘만 하면 영국의 축구스타 베컴 못지않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될 수 있다. 베컴이 상업활동을 한다고 해서 축구를 못하는가? 중국 체육당국은 체육선수의 상업적 ‘시장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 지난 3월5일부터 열리고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톈량 사건을 계기로 중국 체육선수도 합법적인 상업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건의문이 제출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톈량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중국 체육 발전을 위해서 아주 좋은 방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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