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오브나스] “이라크여, 우린 ‘프랑스’ 기자다”

등록 2005-02-17 00:00 수정 2020-05-03 04:24

▣ 파리= 이선주 전문위원 nowar@tiscali.fr


프랑스인 기자가 이라크에서 실종되었다. 프랑스의 진보일간지 <리베라시옹>에 소속된 여기자 플로랑스 오브나스(44)가 당사자다. 지난 1월5일 이라크인 통역원과 함께 바그다드 호텔을 나선 뒤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실종의 정체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채 그야말로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아직까지 어떤 단체로부터 접촉 시도가 없는 것으로 보아, 정치적 목적의 납치보다는 보상을 요구하는 납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오브나스 기자의 실종은 지난해 프랑스인 두 기자 납치 사건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불거져 프랑스인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들은 모든 외국인들을 스파이로 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를 구제해준 것은 프랑스인이라는 점과 (이라크에서) 신분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인터넷에서 우리 기사를 찾아보기도 하는 등 우리가 정말로 기자들이란 걸 확인했다.” 지난해 12월21일 납치된 지 넉달 만에 풀려난 다른 두 기자의 얘기다. 4개월 동안이나 지루하게 이어졌던 프랑스 정부의 외교력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프랑스 정부는 구출 결과를 부각시키고, 이라크 진출 위험성을 강조해 기자들의 이라크 현지 취재를 막고자 한다. 그러나 언론쪽에서는 “우리가 직접 알지 못하면, 미국의 일방적인 정보만으로 현지 상황을 알아야 하는 부당성”을 피력하면서 ‘정보를 알리는 임무’를 강조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발생한 실종 사건이라 또다시 다들 악몽처럼 여기고 있다.

이전 납치된 두 기자의 구출은 가족은 물론 정부와 언론, 프랑스 이슬람계 등 다양한 단체들의 긴밀한 협조 아래 이뤄진 프랑스 외교력 덕분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그들을 잊지 않고 줄곧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국민들의 끈끈한 연대가 큰 몫을 했다. 이번에도 오브나스 기자와 알사디씨의 안전과 무사를 위해 다시 프랑스 전역이 연대적인 지원을 보내고 있다. 두 사람의 초대형 초상화 사진이 파리에 걸렸고, 전국적으로 1만5천개의 포스터가 뿌려졌다. 전쟁터의 카오스 속에서 ‘안전’을 기대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평화’를 위한 기원임을 되새기며 프랑스인들의 연대감이 두 사람의 포스터 주위로 모이고 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