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이선주 전문위원 nowar@tiscali.fr
레종 도뇌르(Legion d’Honneur) 훈장은 나폴레옹이 만든 상으로, 역사가 200년이 넘는다. 전쟁이 많던 시절에는 나라를 위해 힘쓴 군인들에게만 수여됐지만 지금은 일반 시민들도 종종 받는다. 그러다가, 지금의 제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외국인들의 손에도 적잖게 훈장이 쥐어지고 있다. 물론 이들은 프랑스와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며, 수적으로는 내국인보다 훨씬 적다.
이 훈장은 엄격한 심사로 선별하여 대통령의 찬성을 얻어 수여된다. 이른바 나라 안팎에서 ‘프랑스를 빛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국민훈장’과 같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프랑스어 통역을 단골로 맡았던 최정화 외국어대 교수도 이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번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동포인 김영옥(85)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이 2월4일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는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지금도 ‘카피텐느 김’(김 대위)이 전설적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마을 성당 문 옆에 붙어 있는 동판에도 “100대대 영웅들 가운데 한 사람인 김영옥 대위, 이 성당 문 앞 왼쪽에서 부상했으나, 치넨(의무병 이름)과 함께 성공적으로 탈출했다”고 적혀 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기관총탄 3발을 맞고 사경을 헤매다 ‘신약’ 페니실린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김 대령은 지난 1944년 ‘끝장을 본다’(Go For Broke)를 기치로 내건 미 육군 442연대의 100대대 작전장교(당시 대위)로 전투에 나가 프랑스 동북부 보슈산맥 인근 브뤼에르, 비퐁텐느 지역을 해방시킨 영웅으로 알려진다.
올리비에 플랑송 LA 프랑스 총영사관 공보관은 “프랑스 정부와 국민은 2차 대전 때 피를 흘리며 조국을 구해준 김 대령에게 무한히 감사해한다. 레종 도뇌르는 흔히 슈발리에급으로 주어지나 이번 김 대령의 경우는 공적을 감안, 한 등급 위인 오피시에급으로 수여된다”고 말했다. 김영옥 예비역 대령은 “나는 100% 미국인이면서 100% 한국인이다. 이 나이에 훈장 하나를 더 단들 개인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 그게 한국계 후배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나름대로 뜻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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