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백수지만, 바빴다.”
지난 12월23일 서강대에서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새해부터 이 학교 강단에 서게 된 데 따른 설렘 때문이었을까, 전화 저쪽에서 울린 김정태(57) 전 국민은행장의 목소리는 쾌활했다.
“10월 말 (국민은행장을) 그만뒀으니 두달쯤 됐는데, 백수 되고도 약속들이 많아서….”
김 전 행장은 은행장 퇴임 뒤 대학 강단에 선다는 소식으로 언론의 조명을 다시 받게 되기까지의 공백을 ‘백수’로 표현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전업농’으로 돌아간 때였다. 그는 행장 재직 때도 계속해온 대로 경기도 화성에 있는 주말농장에서 배추를 비롯한 갖가지 채소 농사를 지었다. 말이 주말농장이지, 크기가 700평에 이르니 ‘소작농’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올해는 배추를 무려 1천 포기나 거둬 “100포기는 주위에 나눠주고 나머지 900포기로 지인들과 함께 김장을 했다”며 즐거워했다.
농사짓는 일만큼은 언제까지나 그만두지 않을 태세인 김 전 행장은 이제 또 한번 변신에 나선다. 은행원 → 증권사 사장 → 은행장에 이어 이제, 젊은 세대를 상대로 금융권 재직 시절 쌓은 지식을 전하는 초빙교수다.
서강대가 그를 교수로 초빙한 것은 증권·은행 등 금융산업 현장에서 30여년간 쌓은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동원증권 사장(1997년 6월~98년 8월) 시절 이 학교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밟은데다 서울대 경영학과 후배인 최운열(54) 경영대학원장과 맺고 있는 인연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행장은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연설을 통해 “관치금융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아직 관치금융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나 정치권의 무리한 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시장 참여자로서 단호히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행장에서 물러날 당시 불거진 금융감독 당국의 압력설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강단에서 있을 발언에 벌써부터 금융가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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