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휘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symbio@hani.co.kr
2004 K리그 챔피언전 마지막 2차전 경기가 열린 지난 12월12일 오후 수원 월드컵경기장. 120분간의 혈투에 이은 승부차기 끝에 수원 삼성의 승리가 확정되자 차범근 감독은 두 손을 치켜들고 그라운드로 달려나가 선수들을 얼싸안았다. 그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린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울먹이는 선수들의 어깨를 조용히 감싸던 ‘패장’ 최순호 감독(포항 스틸러스)의 눈에도 이슬방울이 맺혔다.
하지만 그는 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지지부진한 성적을 참다 못한 포항 서포터스들에 의해 사상 유례없는 공개 퇴진 압력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그는 지도력에 큰 상처를 받았지만 올해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섰다. 그는 6승5무1패(승점23)의 성적으로 전기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는 울산을 1-0으로 꺾고 결승까지 진출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우승까지 차지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준우승만으로도 그의 명예는 충분히 회복됐다고 할 수 있다.

국가대표팀 최고의 스트라이커로서 명성을 날리던 그는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잠시 좌절을 맛봤지만 막판에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그는 “지난해 서포터스 사건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그만두려고 해도 도저히 그만둘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오기가 발동했던 것이다.
팀과의 계약이 만료돼 올해를 끝으로 잠시 프로축구계를 떠나겠다는 최 감독은 포항 제일교회의 집사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는 1년여 동안 축구를 통한 선교와 축구 공부 등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하지만 다른 팀들의 ‘방심’은 금물이다. 12월14∼25일까지 열리는 축구협회컵 대회에서 그가 또 ‘오기’로 다시 한번 우승을 노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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