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방송 광고에서는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말이 메아리치고 “외로워도 힘들어도 울지 말라”며 노래를 부르는 아내가 거리를 활보하기도 한다. 도대체 가부장제의 그늘이 드리운 우리 사회에서 여자는 어디쯤 있는 것일까. 사진가 이선민 (37)씨는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누군가를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여자, 가슴의 피멍조차 내보일 데 없는 여자의 내면 밑바닥엔 무엇이 있는지를 렌즈를 통해 바라봤다. 심리적 표정, 그 ‘느낌’을 필름에 새긴 것이다.

애초 이씨는 연출 사진의 오묘한 매력에 빠져 있었다. 지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바삐 오가는 배우 중에는 이씨의 ‘모델’이었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땐 대학로를 일터로 삼았어요. 연극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무대인사를 마친 배우들에게 다가가 로마식 의상을 입혀 사진을 찍었죠.” 때론 설득 과정이 필요하기도 했고, 배우의 자발적인 참여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독특한 연출을 즐기던 사람이 이 땅의 여자에 주목한 계기는 자신의 ‘결혼’이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계속 바뀌어갔어요. 갈수록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나는 없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죠.” 이씨는 ‘여자의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처음엔 핵가족을 ‘모델’로 삼았다. 부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정에서 여자의 자리를 확인했던 것이다. 그러고는 서울과 경북 의성, 강원도 강릉 등지에서 3대가 머무르는 대가족을 찾았다. 이씨를 둘러싼 세계도 그렇게 확장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여자의 집에 들어간 이씨의 카메라는 무덤덤하다. 다양한 세대가 한자리에 모이는 집안 행사나 명절, 제사 등을 촬영 대상으로 삼았지만 어디에도 정겨움은 흐르지 않는다. 손자를 바라보는 할머니도 혈연 의식을 잊은 듯하다. 여전한 것도 있다. ‘그들만의 제사’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여자들. 3대가 모여도 가족의 살가운 표정이 살아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아이러니가 아닌 현실이다. 그것을 이선민 사진전 ‘여자의 집 Ⅱ’(12월1~7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룩스)에서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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