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그래 난 엄마처럼 안 살 거야. 부자 돼서 엄마 구박할 거야. 엄마, 왜 열 손가락에 금반지 안 꼈어? 엄마, 왜 고기 더 안 먹어?”
문화방송 주말드라마 (연출 최종수, 극본 김정수)에서 사고뭉치 둘째딸 나영 역을 천연덕스럽게 해내는 김민선 (25)씨는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들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극 중에서 그는 유부남과 사귀다가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언니를 차버린 남자의 새 애인과 대로변에서 머리채 휘어잡고 싸우고, 집안 좋고 배경 좋은 애들에게 있지도 않은 파리와 밀라노에서의 유학생활을 줄줄이 읊어대며, 촬영 보조 일을 하면서도 “모델이 돼 언젠가 팔자 피리라”는 일념으로 좌충우돌한다. 그런 그에게서 사람들은 진한 연민과 애정을 느낀다. 그악스런 생선장수 엄마를 지겨워하면서도 “내가 꼭 엄마 호강시켜서 복수하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엄마에게서 ‘심리적 야유’를 못하는 천생 ‘미운 둘째딸’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에게 침 흘리는 뭇 남자들을 등쳐먹고 할인매장에서 일하다 들켜 모욕당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함께 웃고 운다. 가족 드라마의 귀재인 김정수 작가가 심혈을 기울이는 배역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언니처럼 공부를 잘하지도, 동생처럼 착하지도 않지만 할 말 못할 말 질러대며 위악을 떠는 둘째딸에게 사람들은 쉽게 감정이입을 한다. 김씨 역시 뽀글뽀글 새카만 ‘날라리 파마머리’를 손수 고안할 정도로 자기 역할에 적극적이었다. 하나 실제 김씨의 성격은 나영과는 정반대에 가깝다. 지난해 9월 어머니를 암으로 잃은 그는 “엄마에게 ‘할 말’을 다 표현하지 못한 게 못내 가슴에 남는다”고 한다. “얘들아, 살다가 배고프면 엄마에게 와라”고 술주정하는 극중 엄마(고두심)에게 “엄마는 밥밖에 모른다”고 타박하면서도 ‘나름대로는’ 엄마를 끔찍이 위하는 나영 역을 통해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못한 말을 연기로 대신하는 심정”이라고 말한다.
1999년 영화 로 연기에 첫발을 디딘 그는 올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으로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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