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델리=우명주 전문위원 greeni@orgio.net
요즘 인도는 구자라트 폭동의 생존자인 자히라 셰이크 (20)의 잦은 법정 진술 번복이 화제다. 2002년 3월1일 인도 서북부 구자라트주의 바도다라에서 한 제과점이 폭도들의 방화로 불탔다. 이 사건으로 모두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빵집을 경영하던 무슬림 가족은 사건 발생 6개월 전에 이 곳으로 이사왔다가 참사를 당했다.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간 유혈충돌이 계속되면서 이웃의 무슬림들은 모두 떠났지만 빵집 가족은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한 힌두교도가 안전을 장담하기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700명 넘는 폭도를 이끌고 빵집을 공격한 건 바로 그 힌두교도와 그의 두 아들이었다.
사건의 목격자는 현장에서 간신히 탈출한 제과점 주인의 딸, 자히라 셰이크였다. 첫 예심에서 그는 용의자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해 21명의 용의자들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자히라는 본심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구자라트 집권당인 국민당 소속 의회 의원의 협박 때문에 법정에서 거짓 진술을 했으며, 자신은 용의자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무죄 판결을 항의하며 대법원에 재판의 재개를 건의했다. 자히라는 “국민당 정부 손아귀에 있는 구자라트에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며 재판을 마하라슈트라주에서 받게 해달라고 대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재판은 뭄바이에서 다시 시작됐다.
그런데 11월3일 자히라는 또 한번 입장을 바꿨다. 그는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을 도왔던 비정부기구가 거짓 증언을 하도록 협박하고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비정부기구 대표가 무고한 사람들을 용의자로 지목하도록 윽박질렀다는 얘기다. 그는 국민당 의원을 만난 적도 없으며, 구자라트 법정에서 내려진 무죄 판결이 전적으로 옳다고 주장했다. 한 언론은 자히라가 비정부기구로부터 뭄바이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제과점과 주택의 제공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면서 진술을 번복했다고 주장한다. 자히라가 여전히 외부 세력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는 추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락가락 진술을 일부러 유도해 증인으로서의 신뢰를 잃게 하려는 세력의 농간이라는 것이다. 자히라가 또 어떤 폭탄 발언을 할지도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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