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방학때면 고향에 다녀오느라고 열차를 탔는데, 서울로 올라갈 때는 집안에서 생활비와 등록금을 받은 돈으로 차표를 끊을 수 있었죠. 하지만 빈털터리로 고향에 내려가게 될 때는 당시 고학생으로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검표원이 오면 열차 뒤칸으로 물러났다가 지나가면 다시 앞칸으로 옮기는 식으로 무임승차를 했죠. 이제야 마음의 빚과 진짜 빚을 갚았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옛 학창 시절의 열차 무임승차를 두고두고 마음의 빚으로 안고 살아왔던 70대 할아버지가 50년 만에 당시 기차 요금의 수백배에 해당하는 돈을 내놓았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서 관광호텔을 경영하는 임휘일 (70·오른쪽에서 두번째 안경 쓴 이)씨. 그는 지난 10월29일 경북 안동시 운흥동 안동역을 찾아 하태남 역장에게 100만원이 든 봉투를 내놓았다. 임 할아버지는 “1950년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유학하면서 방학이나 주말에 고향을 다녀갈 때 안동∼청량리 구간을 끊어야 함에도 집안 사정이 넉넉지 못해 안동∼영주 구간의 기본요금을 끊은 뒤 도착역에 몰래 내리는 방법으로 무임승차를 했다”며 “그 당시의 무임승차 요금을 이제야 변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 역장이 봉투를 쉽게 접수하지 않자 임 할아버지는 “오랫동안의 무거운 짐을 벗고 싶다. 이제야 경제적 여유가 생겨 국가에 진 빚을 갚게 됐다. 역에서 자체 운영비로 쓰든지 알아서 하라”며 봉투를 놓고 갔다. “언젠가 어릴 적에 자동차 한대를 훔쳤다가 20, 30년 만에 갚았다는 신문기사를 봤는데 그렇게 마음의 부채를 갚는 사람을 봤지만 직접 실행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한국전쟁을 겪으며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우리 세대에게는 나처럼 공짜로 열차를 탄 잘못도 더러 있었죠.” 임 할아버지는 서울에서 대학을 마친 뒤 공무원 및 교사 생활을 거쳐 30여년간 사업을 하고 있다. 안동역쪽은 “당시 안동∼청량리 구간 요금이 1200원 정도였는데 할아버지가 내놓은 돈은 수백배의 변상금”이라며 “이 돈을 지역 복지시설 등에 기탁하고 할아버지의 뜻도 함께 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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