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는 마약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 회장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그는 한국마약범죄학회 회장이다. 22년 경찰 생활 동안 1천여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했다. 필로폰을 “우리 시대의 선악과”에 비유하는 반마약주의자다. ‘그런’ 그가 “대마초는 마약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그의 발언은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 대마초 흡연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배우 김부선(42)씨는 지난 2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관리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김씨는 신청서에서 “대마초는 환각제가 아니고, 사회적으로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마약처벌, 엄벌주의보다 강온주의를문제의 인물은 전경수(51)씨다. 전씨는 현재 광운대 정보복지대학원 마약범죄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78년 경찰에 입문해 99년 퇴직할 때까지 강력계에서 마약 수사관으로 일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중앙경찰학교 초대 마약 교관으로도 재직했다. 91년에는 한국마약범죄학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섰다. 올 3월에는 마약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8월에는 ‘마약범죄학’ 서적 5권을 완간했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마약 전문가인 셈이다.
그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현직 경찰관일 때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교수가 된 현재는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대마초는 ‘칸나비스사티바-엘’이라는 학명을 가진 1년생 식물”이라며 “필로폰, 코카인 등과는 중독성 등을 비교할 수 없어 마약관리법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대마초를 마약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고, 별도의 법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마초 정책은 오히려 뒷걸음쳐왔다. 대마초는 2000년까지 대마관리법의 적용을 받았으나 2000년 이후 대마초가 마약관리법으로 흡수되면서 처벌이 강화됐다.
그는 “마약에 관한 한 한국은 아직도 중세”라고 말했다. 마약, 특히 대마초에 관해서 무지가 판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마초가 필로폰 같은 합성마약, 향정신성의약품과 어떻게 다른지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마초의 유해성에 대해 “담배를 피워서 죽었다는 사람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대마초를 피워서 죽었다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고 요약했다. 그렇다고 그가 대마초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마초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대마관리법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민간인’으로서 그의 고백은 계속됐다. 평생 마약사범을 잡아온 그는 마약중독자를 가장 불쌍한 사람으로 여긴다. 마약중독자는 범죄자이기 이전에 환자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마약 정책은 마약중독자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몸도 마음도 아픈 사람을 무조건 잡아 가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마약중독자에 대한 교정, 치료, 재활의 3박자가 맞아야 마약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엄벌주의에서 강온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속은 강하게 하되 치료를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은 마약 확산 저지에 성공한 국가로 꼽힌다. 하지만 숫자의 성공이 인권 보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2000년 이후 한해 마약사범이 1만명을 넘었고, 마약 재활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마약사범의 재범률이 70%를 웃돈다.
“대마사범은 아예 잡지도 않았다”
그는 경찰관 시절 “때때로 마약사범을 풀어주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나중에는 대마사범은 아예 잡지도 않았다”고 고백했다. 잡아 가두는 것보다 풀어주는 편이 중독 치료에 유익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그랬다. 그는 “그들의 편에 서니까 그들 스스로 마약을 끊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마약중독자를 위한 라파 의료교정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라파는 ‘치료’를 뜻하는 히브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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