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윤소라 (34) 법률소비자연맹 대외협력부장은 해마다 이맘때면 ‘토끼소녀’로 변신한다. 6년째 이 단체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국정감사NGO모니터단에서 ‘날밤을 까며’ 자료 정리며 실무 연락을 도맡아 하는데다 담당 상임위인 법제사법위 모니터 일도 해야 하므로 그의 눈은 쉴 틈이 없어 늘 빨갛다.
지금은 국회의원 대부분이 모니터단에 잘 보이려 애쓰지만, 1999년 국감 모니터를 시작할 때는 국감장 출입을 막는 상임위도 있었다. 윤씨는 “상임위원장이 ‘지금 어느 단체에서 모니터하러 와 있다’고 마이크 잡고 일부러 알릴 정도로 의원들이 우리의 ‘눈치’를 보게 된 게 변화라면 변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국감장의 숨소리까지 빠짐 없이 체크하는 이들에게 근태 불량이나 태도 불량 의원들은 빼도 박도 못하게 딱 걸린다. 30분 단위로 착석 여부를 확인하는 ‘출석체크표’와 별도로 △욕설 등 과격한 언행을 했는가 △시간 초과로 위원장 제지를 받았는가 △자기 질의에 대한 답변 때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피감기관에 대한 아부성 발언을 했는가 △정책 제안 건수는 몇개인가 등 20여개 항목을 꼼꼼히 확인하게 돼 있다. 또 의원 개개인에 대한 주관식 평가도 담긴다. 270여개 시민단체의 자원봉사자들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껴가며 모니터한 결과, 국감 중반인 10월15일에는 “모니터단 선정 우수의원 57명”도 발표했다. 더 잘하라는 격려이다.
법학을 전공한 윤씨는 “개별적 법률 다툼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제도 전반을 바로 세우는 게 더 시급하다”는 생각에 법률시민단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이를 위해 입법기관이 바로 서야 한다”고 여겨 국감 모니터단을 적극적으로 꾸렸다고 한다.
‘국감 전문가’인 윤씨의 눈에 비친 17대 국회의 첫 국감은 어떨까. 그는 “일방적인 욕설이나 불성실한 태도는 많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정쟁에 정책이 묻히고 눈도장만 찍고 자리를 비우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한다. 모니터단은 국감 정밀분석 결과를 발표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피감기관을 밝히고 국민 대표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의원은 톡톡히 심판받게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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