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최용진] 눈물 흘리는 한국의 ‘검프’

등록 2004-10-07 00:00 수정 2020-05-03 04:23

▣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2004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서 ‘포레스트 검프’는 울고 말았다.

지난 2000 시드니 대회 때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장애인 육상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최용진(38·뇌성마비)은 이번 대회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그는 2002년 세계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 1500m와 같은 해 열린 아태장애인경기대회 800m에서 모두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해 이번 대회 메달 획득이 유력했다.

그는 주종목인 1500m에서 자신의 평소 기록인 4분40초대를 기록했지만 4위에 그쳤다. 1∼3위 입상자는 모두 4분30초대로 최용진과는 10여초 이상 차이가 났다. “최 선수가 못한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잘한 거죠. 최 선수보다 젊은 선수들이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낸 겁니다.” 박용천 육상대표팀 코치의 분석이다.

뇌성마비 장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달리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영화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에 곧잘 비유되는 최용진은 이번 대회 성적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항상 낙천적이었는데 대회 기간 내내 시무룩하더니 대회가 끝난 뒤에는 은퇴 얘기까지 꺼내더라고요. 아직 더 뛸 수 있다고 위로는 해줬지만….” 박 코치는 “아직 최 선수에 필적할 신예가 없기 때문에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다시 출전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최용진은 대회가 끝난 뒤 더 외롭다. 아테네로 출국하기 전에 연습을 방해하면서까지 인터뷰를 하러 몰려왔던 방송사들이 대회 뒤에는 감감무소식이다. 연습을 방해했던 그 방송사 관계자들은 이번 대회 휠체어레이싱 2관왕에 오른 홍석만(30·소아마비)을 취재하느라 지금 바쁘다고 한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