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차츰차츰 시력이 나빠진다고 느껴오던 장태순(43·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1리 409)씨가 직장을 그만둬야 할 정도로 눈이 어두워진 것은 1991년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도 똑같은 일을 겪은 집안 내력이었다. 혹시나 했던 일을 실제로 당한 그에게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땐 죽고 싶었죠. 물에 여러 번 뛰어들기도 했고….”
직장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장씨는 산림조합 영농단에 들어가 지게로 묘목을 운반하는 일에 나섰다. 결혼해서 아이까지 둔 터에 마냥 비관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생계의 절박함 때문이었다. 시력이 더 나빠지면서 이 일도 1년 남짓 하다가 그만뒀지만, 여기서 장씨는 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묘목을 운반하면서 절실하게 느꼈던 지게 다리의 불편을 덜어줄 새 제품을 개발하는 일에 뛰어든 것이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하다 보니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지요.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8월 다용도 지게를 개발해 특허까지 받았습니다.”
지게 제작은 서울에서 기계공작소를 운영하는 막내동서가 맡았다. 알루미늄 재질의 이 지게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지게 다리가 위로 올려가 접혀지고 손으로 당기면 다시 내려오게 설계돼 있다. 값은 보통 나무 지게보다 1만~2만원 비싼 개당 7만원인 반면 무게는 1kg 가벼운 6kg이며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고 장씨는 설명했다. 전화(043-423-3938)로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주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아직 홍보가 덜 돼 많이 팔지는 못했지만, 산에서는 물론 고추를 수확할 때 작목을 손상시키지 않고 운반할 수 있는 등 농촌에서 다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1급의 중증 장애인인 장씨는 이제 바로 눈앞의 물체도 윤곽만 흐릿하게 볼 수 있을 정도이지만 기술개발 의욕은 누구 못지않다. 다용도 지게에 기능을 덧붙여 야외 활동 때 의자와 침대로도 쓸 수 있는 구상을 이미 끝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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