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인디고’는 쪽빛을 뜻하는 외국어다. 하지만 ‘인디고 세대’는 ‘쪽빛 세대’가 아니다. 양미간 사이 제3의 눈이 쪽빛을 띤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 생소한 용어는, 특별하게도 80년대 이후 태어난 아이들을 가리킨다. 즉, 창조적인 사고가 필요 없는 의례적인 형식에 좌절하고, 줄서기 같은 특정한 일을 그 자체로서 싫어하며, 자신이 필요한 것을 말할 때 한점 부끄럼 없는 아이들이 인디고 세대다.
부산의 8학군이자 학원가로 알려진 남천동에 이런 인디고 아이들을 위한 작은 ‘오아시스’가 생겼다. ‘인디고 서원’은 학원가에 있는 서점이지만, 학원교재나 참고서, 문제집은 일절 팔지 않는다. 15평 공간은 철학·문학·예술·교육·생태환경·역사 등 6개 분야 3천여권의 책으로 가득하다. 한마디로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인 셈이다. 인디고 서원은 10여년 동안 논술 강사를 한 허아람(33·사진 맨 오른쪽)씨의 고민에서 시작했다. 허씨는 입시를 대비한 논술을 가르치면서도 참고서나 문제집이 아닌 단행본 수업만을 고집했다. 그리고 책읽기가 훈련된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사고의 깊이와 차원이 부쩍부쩍 커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좀더 많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고 좋은 책을 추천해주고 싶어졌다.
서점을 구상하던 차에 허씨의 ‘제자’인 황수진(24·사진 맨 왼쪽)씨가 유학마저 포기한 채 합류했고 ‘전문 서점 경영인’ 출신 이승희(34·사진 가운데)씨가 버팀목을 자임하면서 인디고 서원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인디고 서원에 가면 중학생·고등학생을 위한 ‘검증된’ 도서 목록이 기다리고 있다. 허씨가 수업받는 아이들의 반응을 검토하고, 이 가운데서도 선별한 도서목록을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독서법 강의도 하고, 서점을 찾는 학부모들에게도 자녀의 학년에 따라 좋은 책을 알려준다.
인디고 서원은 “동네마다 들어선 교습소와 학원 자리에 도서관과 작은 책방이 세워져 학교를 마친 청소년들이 옹기종기 모여 토론하고 사유하는”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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