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햄버거 가게 한 구석의 작은 갤러리에 동양화 몇점이 걸려 있다. 그런데 화폭에 잠긴 건 산도 물도 아니요, 참새도 아니다. . ‘홍지윤의 퓨전 동양화’ 워크숍 수강생들이 일상다반사를 묻힌 붓으로 아담한 그림을 그려냈다.

홍지윤(34)씨가 동양화의 현대적 실험을 모색한 건 2000년부터다. “홍익대 동양화과 대학원에 있으면서 활동 8년째에 접어드니 정체를 느꼈어요. 그때 우연히 현수막을 보곤 ‘연세디지털헐리우드’의 3D 애니매이션 과정에 덜컥 등록했죠.” 이메일 주소도 없던 컴맹 동양화가는 컴퓨터와의 밤샘으로 온몸이 성한 데가 없었지만 수묵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동양화와 현대인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래서 워크숍 커리큘럼엔 컴퓨터 프로그램 포토샵·프리미어가 등장한다.
“비전공자도 할 수 있는 쉬운 동양화라 퓨전이에요." 8종의 A4사이즈 화선지, 2가지 붓, 그리고 먹물로 구성된 워크숍용 지필묵 세트만으로도 수강생들은 즐거워한다. 학교에서 크레용만 잡아본 이들에게 메모용 펜을 다루듯 쉽게 붓을 대하라고 주문한단다. “나무로 만든 종이, 동물 털로 만든 붓, 참 친환경적이죠? 물과도 친해야 하고. 기온·습도에 따라 먹이 3mm, 6mm 다르게 퍼져요. 사람을 섬세하게 만들어요."
그의 ‘퓨전’은 콘크리트 기와지붕 같은 ‘혼란’이 아니다. 오히려 정통 문인화의 정신에 가깝다. “시·서·화(詩·書·畵) 3절은 사대부의 ‘럭셔리’가 아닌, 보통 사람의 생활일 수 있어요.” 그래서 수강생들과 함께 그림에 ‘글’도 새겨넣는다. “한국화의 진짜 매력은 먹물의 번짐으로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발묵’입니다. 스케일 있게 붓을 운용하도록 A4사이즈를 점점 키우면서 발묵의 멋을 나눠볼까 해요.”
올해 안으로 퓨전동양화 교재를 내고, 싸이월드 ‘홍지윤’ 미니홈피 스킨도 선보일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피렌체 비엔날레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수묵그림·애니메이션을 유럽에 소개할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제 작업이 한국 디자인 감각 충전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너와 내가 만날 때’전, 9월30일까지, 서울 맥갤러리(02-388-8888), http://www.hongjiy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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