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서울 중랑구 신내2동 동성3차아파트 14동 108호. 25평 아파트에 4천권의 책들이 빼곡하다. 행복의 새를 찾아다녔던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이 동네에 왔더라면 꼭 먼저 들러봤을 거다. 파랑새어린이도서관. 어린이도서연구회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전영순(49)씨는 1997년 중화동 주택가에 처음으로 사설 도서관을 낸 뒤 이곳에 정착하기까지 7차례나 무거운 책보따리를 끌며 이사를 다녔다. 돈 문제, 공간 부족 등 고민이 숱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도서관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순전히 “혼자 책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 아까워서”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그는 몸속에 고루 퍼진 모세혈관과 같이, 곳곳에 책 읽을 작은 공간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에 도서관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어린이책에 얼마나 애정을 쏟고 있는지는, 책이 사람 손을 타면 쉬 망가질까 염려스러워 일일이 비닐로 포장한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러잖아도 바빴던 그가 올가을 더 분주해졌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중랑구가 시작하는 ‘북스타트운동’의 지역 위원회 책임자를 맡았기 때문이다. 북스타트운동은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운동인데, 중랑구는 9월7일부터 매주 화요일에 아기들에게 DPT 예방주사를 맞히러 보건소에 온 부모들에게 영유아용 그림책 2권을 나눠준다. 단순히 책을 나눠주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다. 전영순씨는 23명의 어머니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북스타트 소식지를 만들고, 부모의 독서교육에 대해 월 1차례 강연회를 연다. 내년에는 주민자치센터(옛 동사무소)마다 설치된,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새마을문고를 개조해 엄마들이 아기를 데리고 와서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어른들이 아이와 함께 책을 볼 때 다음과 같이 해보라고 권했다. “아이들을 가슴에 꼭 안고 읽어주세요. 또 괜히 글자 욕심내지 마세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거지 글자를 가르치는 게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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