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델리= 글 · 사진 우명주 전문위원 greeni@orgio.net
지난 8월14일 인도에서는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사형이 집행되었다. 웨스트벵골주의 수도인 콜카타의 다난조이 차테르지(39)는 14년 전인 1990년에 14살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1991년에 사형을 선고받았다. 다음해 고등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되어 그는 1994년 2월25일에 사형집행이 예정되었다. 그러나 그는 사형집행 이틀 전에 고등법원에 항소했고, 사형집행 연기 선고를 받았다. 2003년 9월, 인도 대법원은 웨스트벵골 주정부에 집행연기 명령을 철회하라고 지시했고 그는 올 6월25일 다시 사형집행을 통고받았다. 그러다가 또 다난조이의 아내가 대통령에게 특별사면 탄원서를 내자 사형집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압둘 칼람 대통령은 웨스트벵골 주정부쪽에 의견을 구하자 주정부는 사형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고, 내무부도 거들었다. 소녀가 잔혹하게 살해된 점을 이유로 대통령은 사면 신청을 기각했다. 두 차례나 목숨이 연장되었던 다난조이는 결국 세 번째 사형집행일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는 사형집행 전 안구와 신장 기증을 희망했다. 그러나 “그의 사형이 집행되면 자살할 것”이라며 콜카타의 프레스클럽 앞에서 단식을 하던 부모의 반대로 장기 기증은 성사되지 못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법정에서 보여준 다난조이의 행동들은 정신질환자의 그것이었다며 누구라도 이런 일들을 겪다 보면 폐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형이 집행되던 날, 죽은 소녀가 다니던 학교의 학생들은 친구와 다난조이의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이 사건으로 인도 전역은 다시 한번 사형제도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콜카타 시민들을 상대로 한 영자신문의 설문조사에서는 65%의 시민이 그의 사형을 지지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과 비정부기구, 시민운동가들은 사형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애썼다. 사형 반대론자들은 “잔인함에 대한 답이 잔인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사형제도가 범죄발생률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지사의 아내와 죽은 여학생이 공부했던 학교의 교장을 비롯한 사람들은 “이런 사건에 자비를 보여주었다가는 수많은 다난조이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사형집행을 지지했다. 남아시아에서는 스리랑카, 네팔, 부탄, 몰디브 등이 사형제도를 폐지한 반면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는 아직 사형제도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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