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베트남 푸옌성에서 온 응옥 꽝(48·오른쪽)씨의 명함은 좀 색다르다. 약 4분의 1 정도는 베트남어로 이름과 직함을 적었지만, 나머지는 악보와 한글로 돼 있다. 에 실린 자신의 노래에 관한 기사를 그대로 인쇄해 옮겼기 때문이다. ‘우정의 기쁨을 노래하자’는 제목의 한국-베트남 친선가. 크기도 보통 명함의 네배다. 처음 인사하는 한국인들과 쉽게 친해지려고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음악가인 그는 현재 푸옌성 문화통신청 부청장이다.

팜 쑤언 루언(65·왼쪽)씨는 베트콩 지휘관 출신이다. 고향인 푸옌성의 산과 계곡에서 한국군과 대적하며 청춘을 보냈다. 사람 좋게 생긴 그는 전쟁 이야기를 해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말을 아낀다. 슬며시 한마디 할 뿐이다. “베트콩더러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말하곤 했지요. 그러나 베트콩들은 말했어요. 진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건 한국군들이라고.” 세월은 많이 흘렀다. 그는 푸옌성 ‘한-베 친선협회’의 회장으로 일한다.
두 사람 모두 한겨레신문사가 베트남 푸옌성에 지은 ‘한-베 평화공원’ 준공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들이 한국을 다녀갔다. 민족예술인총연합 충청북도 지회(이하 충북 민예총·대표 김승환)의 초청으로 지난 8월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충북의 예술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충북 민예총과 푸옌성간의 문화예술교류 조인협정을 위한 방문이었다. 양쪽은 매년 번갈아가며 예술단 교류를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충북 민예총 회원 20여명은 내년 4월 푸옌성에 갈 예정이다. 두 사람은 8월13일 청주 예술의 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과거청산과 아시아 연대를 위하여’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 참석해 발표도 했다.
본래 스케줄은 청주에만 머무르는 것이었으나, 서울에도 가고 싶었다. 무엇보다 한겨레신문사를 보고팠다. 그래서 하루 일정을 뺐다. 생각했던 것보다 신문사 건물이 너무 크다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두 사람. “평화공원에 갈 때마다 독자들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얼마 전엔 나무도 추가로 심어 그늘도 많아졌답니다. 주변엔 한국 정부가 짓는 병원도 들어서고 있고요.”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달라는 응옥 꽝씨의 마지막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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