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승자가 된다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그것도 한솥밥을 먹으며 밤낮으로 함께하던 동료를 이겼다면 승리를 만끽하는 것보다 상대의 씁쓸할 표정을 먼저 살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7월14일부터 나흘 동안 전북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로봇축구대회 온라인 시뮬레이션 게임 ‘시뮤로솟’(Simurosot) 부문 11대11 종목에서 우승한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과 휴학생 김형준(23)씨도 그랬다. “지난해 같은 팀으로 활동하며 ‘치킨 내기’ 로봇축구로 우정을 쌓은 친구를 결승에서 만났죠. 선의의 경쟁까지는 좋았는데….”
고려대 로봇축구 동아리 ‘KU’(Korea University)를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그는 지난 1월부터 대전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 근무를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같은 학과 친구 윤장호씨와 함께 출전했다.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세계로봇축구연맹(FIRA) 세계대회에 함께 출전했던 KU 동료들은 따로 팀을 결성했다. 세계대회 결승에서 중국을 만나 분루를 삼킨 동료들은 저마다의 특장을 살린 전략을 짜려고 새로운 동료를 찾았던 것이다. 오는 10월27일부터 부산 벡스코(부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는 KU 동료 가운데 김씨만 출전이 확정됐다.
“동료들이 아직 시드 배정은 받지 못했지만 다시금 실력을 인정받을 기회가 있겠지요. 로봇축구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데 너와 내가 따로 없잖아요.” 그는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면서도 지난해 결승전 패배를 잊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무엇보다 로봇의 움직임에 관한 전략적 정보를 모으는 데 주력했다. 공의 탄력성이 좋아졌기에 로봇이 적절한 위치에 자리잡도록 신경썼고, 로봇들이 공격과 수비에서 협력 체계를 만드는 ‘상태 전이’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앞으로는 상대팀의 공력 유형에 따라 자동으로 전술적 대응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사실 김씨는 축구는 좋아해도 잘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로봇축구 마니아가 된 것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이 탁월한 때문이다. 그는 고2 때 후배의 권유에 따라 첫 번째 로봇축구 대회에 출전했고 고3 때는 리눅스 기반의 보안 솔루션으로 정보올림피아드 공모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로봇축구 세계대회 1등의 꿈을 키웠다. “밤을 새우면서 프로그래밍한 전략에 따라 로봇이 움직이는 게 정말로 매력적입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로봇축구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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