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최광범(30)씨는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정형외과 레지던트 3년차로 일하는 의사다. 하지만 그의 몸매를 보면 ‘운동선수’가 아닌가 하고 먼저 생각하게 된다. 키는 174cm라는데, 가슴 근육이 어지간한 여자의 젖가슴보다 더 발달해 있다. 그렇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격투기’ 선수였다. 그러나 아무리 잘해도 아버지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길을 바꿨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전설적인 무술인 ‘최배달’(본명 최영의)이다.
최배달은 1922년생으로 1938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1947년 도쿄 무도대회 가라테 부문에서 우승했고, 이후 극진가라테라는 무술을 창시한 인물이다. 란 방학기씨의 신문 연재만화로도 잘 알려진 최배달은 47마리의 황소와 대결해 4마리를 즉사시키고, 나머지 소들의 뿔을 모두 꺾어버렸다고 한다. 최광범씨는 최배달이 52살에 얻은 아들로, 장남이다. 형제가 셋인데, 바로 아래 동생은 지금도 직업적인 격투기 선수다.
최배달의 이야기가 배우 양동근씨의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씨는 최근 아버지의 평전 <this is>(찬우물)이란 책을 펴냈다. 그는 “무술은 자아성찰의 한 방법”이라며, “아버지는 그저 뛰어난 싸움꾼이 아니라 무술가였으며, 그렇게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연기 장면만 있는 영화 데모필름을 보았다”며 “60~70%는 논픽션인데, 재밌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출간된 일본 만화 때문에 그는 속이 많이 상해 있었다. 만화가 아버지의 삶을 너무 왜곡했다는 것이다. 일본 작가 가지와라 이키가 제작한 이 만화는 최배달을 일본의 자살부대인 가미카제 특공대의 조종사로 묘사하고 있다. 광범씨는 “그 만화에 대해 아버지도 많이 화를 내셨다”며 “무책임하게 번역 출판한 데 대해 명예훼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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