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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길] 좌파 지식인, 우리가 키운다

등록 2004-07-16 00:00 수정 2020-05-03 04:23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운동은 성장했지만, 좌파 학술운동은 오히려 위기를 맞고 있더군요.”

독일에서 14년 동안 공부를 마치고 2001년 초 귀국한 황선길(41·노동관계 전공) 박사는 귀국 뒤 시대의 변화를 절감했다. 좌파 지식인의 전통은 끊어질 위기였고, 대학원은 자본의 영향력에 휘둘리고 있었다. 황 박사는 “신자유주의 열풍이 몰아치는 사회 분위기 탓도 있지만, 대학 자체가 좌파 지식인의 재생산이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구조화돼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원은 분과학문 체계에 갇혀 있었고, 비판적 지식인은 각 대학에 고립 분산돼 있었다.

황 박사가 학문 풍토에 대해 회의하고 있던 상황에서 오세철 전 연세대 교수가 ‘(가칭)사회과학대학원’ 설립을 제안했다. 사회과학대학원은 흩어진 마르크스주의 학문 역량을 모으고, 마르크스주의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을 목표로 하는 대안교육기관이다. 오 교수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앞장섰고, 황 박사는 사회과학대학원 준비모임 간사를 맡아 발벗고 나섰다.

황 박사는 학부, 석사, 박사를 모두 독일의 브레멘대학에서 마쳤다. 브레멘대학은 68혁명의 영향으로 태어난 대안교육기관 성격이 강한 대학이다. 브레멘대학에서 공부한 경험은 사회과학대학원 설립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황 박사는 “우리나라 대학원은 분과학문 체계에 갇혀 있다”며 “사회과학대학원은 브레멘대학처럼 분과학문 체계를 뛰어넘고 이론연구를 현장학습과 결합하는 체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철, 김세균, 강내희 교수 등이 참여한 사회과학대학원 준비위원회는 2004년 9월께 대학원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7월7일에는 연세대에서 ‘사회과학대학원 설립 공청회’를 열었다. 오는 7월 말에는 준비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대학원 설립 기금은 모금을 통해 십시일반으로 모으고, 조합원이 공동 소유하는 평의회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회과학대학원은 현장노동자·사회운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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