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총알 커플’ 매리언 존스(28·미국)와 팀 몽고메리(29·〃)의 동반 아테네행 꿈이 좌절됐다. 존스-몽고메리 커플은 첫 관문인 올림픽 미국대표 선발전 남녀 100m에서 나란히 탈락해 아테네올림픽 동반 금메달 획득의 꿈이 깨졌다. 몽고메리는 지난 7월12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남자 100m 선발전에서 10초13의 저조한 기록으로 7위에 그쳐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피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존스도 이보다 하루 앞서 열린 여자 100m 경기에서 11초14로 5위에 그쳤다.
존스-몽고메리 커플의 위기는 지난 4월에 이미 예견됐다. 미국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BALCO(베이에이리어연구소) 스캔들’과 관련해 두 선수가 나란히 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존스는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대응했지만 점점 불리한 상황에 몰렸고, 몽고메리는 미국반도핑기구(USADA)에서 영구 제명을 검토하겠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몽고메리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송을 제기해 약물사건을 법정 분쟁으로 몰고 간 뒤 시간을 벌어 가까스로 이번 올림픽 선발전에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약물 복용 의혹의 여파는 두 선수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언론에서 연일 부정적인 뉴스를 쏟아내는 바람에 육상선수에게 필수적인 심리적 안정감을 잃어 결국 저조한 기록을 내는 데 그치고 만 것이다. 밝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존스는 실제로 100m 선발전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내가 말을 하기만 하면 이상한 기사만 쓰지 않느냐”며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100m, 200m 금메달을 포함해 3관왕에 오른 존스와 2002년 세계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부상한 몽고메리는 세계 육상계에서 동반 퇴장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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