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통계청에 따르면 2002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19.13명이다. 헝가리(27.4명), 핀란드(21.2명), 일본(19.9명)에 이어 세계 4위다. 2002년 경찰청 통계로는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27.4명으로 헝가리와 함께 공동 1위를 달리는 부끄러운 자살대국이다. 하루 36명씩, 1시간에 1.5명씩 자살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사)한국자살예방협회와 보건복지부 등이 자살에 대한 ‘언론보도 권고안’을 마련하고 있다. 권고안은 언론보도의 육하원칙 중 ‘어디서’와 ‘어떻게’를 배제하고 어떤 사람이 어떤 이유로 자살했다는 간략한 사실만 전달토록 했다. 방송의 경우 자살 장소 등은 화면에 내보내지 못하게 된다. 자살의 구체적인 방식이나 자살 장소 등을 보도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는 ‘자살의 전염성’ 때문이다. 유행병처럼 잇따르는 아파트 투신자살, 지하철 투신자살, 한강 투신자살 등 자살 풍조 확산에 언론이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창립된 (사)한국자살예방협회 이홍식(54·연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병원장) 회장은 “자살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며 “권고안은 자살 보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자살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자살보도 가이드라인은 자살을 동정심 또는 연민의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접근하는 첫 시도다. “자살률이 세계 1위를 다투고 있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적 비관 고등학생의 자살이 많으면 커리큘럼에 교육정신위생 강좌를 의무화하고,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이 많으면 건축법에 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대부분 행동에 옮기기 전에 누군가에게 자살에 관해 말하거나 암시하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자살 의도를 내비치게 된다. 국가 전략적으로 사전 위기 개입을 통해 이 순간을 포착해 도움을 주면 자살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전국공통 자살예방 상담전화 1588-9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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