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시민단체 활동가답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때는 2003년 4월22일 ‘지구의 날’이었다. 서울 세종로 거리에서 지척에 부스를 차려놓고 행사를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이들은 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의 속도에 어지럼증을 토로하곤 했다. 문화연대 간사였던 김태현(29)씨와 소비자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했던 박찬(29)씨. 두 사람은 요즘 시민단체 일을 잠시 접고 너른 세상을 구경할 행복한 꿈에 젖어 하루하루 날짜를 세고 있다.
돈도 벌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는 나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이런저런 ‘압박’이 없었을 리 없지만 이들은 용감했다. “자신을 알아가고 서로를 들여다보고 세상을 되돌아보자”는 데 의기투합해 1년 동안 유럽·아시아 트레킹을 준비한 것이다. “예전에는 배부른 사람들, 있는 집 자식들만 해외여행 간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도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씨는 3년 동안 문화연대에서 일하며 알뜰살뜰 1천만원을 모았고, 박씨도 자신의 경비 1천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떠나기 직전까지 아르바이트로 밤을 불태우고 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이들은 철저히 비행기를 ‘외면’할 생각이다. 7월16일 중국행 배에 올라 홍콩·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돌고 다시 중국으로 들아가 티베트·네팔·인도·아랍권을 들른 뒤 유럽을 돌아볼 계획이다. 숙박비를 줄이기 위해 텐트도 짊어지고 가고, 유럽에선 자전거와 기차를 이용해 여행을 한다. 이 가운데 올 겨울 3개월가량을 인도에서 머물며 요가도 배우고 영어와 요리도 익힌다. 요즘엔 갖가지 방법으로 세계일주를 떠나는 한국 사람들이 많아서 이들이 현지에서 올리는 숙소·물가에 관한 알짜배기 정보가 너무나 요긴하다고 한다.
이들 역시 출발 전에 웹사이트를 만들어 여행 중에 생긴 일들을 계속 올릴 예정이다. “여행을 다녀와서는 뭘 할 건지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지금 맘속으로 결정했다고 해도 여행을 하다 보면 또 바뀔 텐데요. 일단은 돈이 허락하는 선까지 맘껏 돌아다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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