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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메추] 메추여, 희망을!

등록 2004-06-04 00:00 수정 2020-05-03 04:23

김창금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kimck@hani.co.kr

브뤼노 메추(50) 새 감독은 한국 축구를 구할 선장인가?

메추가 5월30일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선정되면서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퇴진 이후 한달여 주춤했던 한국 축구가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일단 메추 감독에 대한 축구인들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위해 메추 감독을 직접 인터뷰한 허정무 기술부위원장은 “메추 감독한테 한국 축구를 맡겨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한다. 현대 축구의 흐름을 꿰뚫는 해박한 축구 지식, 자신감 있고 열정적인 태도, 클럽팀보다는 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강한 의욕, 자타가 공인하는 화려한 성적 등이 그렇다.

실제 메추 감독은 매력이 많다.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전 때 세네갈팀을 이끌고 세계 1위 프랑스를 격파했고, 팀을 8강까지 끌어올렸다. 월드컵 뒤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프로축구팀인 알 아인 감독으로 옮겨갔는데, 그곳에서도 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초대 챔피언에 앉혔고 국내리그도 두번씩이나 제패했다.

이 짱짱한 실력은 ‘잡초’ 같은 그의 지도자 인생에서 나온다. 1988년부터 프랑스 국내 무대 지도자로 데뷔한 메추는 1999년까지 다섯개 팀을 옮겨다녔고, 이후 아프리카를 전전하다 2000년 말 세네갈팀 감독으로 영입됐다. 당시 세네갈은 월드컵에 단 한번도 나가보지 못한 아프리카 축구의 변방. 부임 초기 석달치 월급을 못 받아 호텔 체재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처우도 불안정했다.

그러나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개성이 강한 세네갈 선수를 조화시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세네갈 대표팀의 공격수 엘 하지 디우프 등 핵심 선수들은 월드컵 직후 메추가 클럽팀으로 옮겨가자 “1년이 지나 계약이 끝나면 반드시 메추 감독을 복귀시켜라. 그렇지 않으면 대표팀 경기에 뛰지 않겠다”고 세네갈 축구협회를 협박했을 정도다. 세네갈 여성과 결혼하고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도 잘 적응하는 등 다양한 문화에 늘 열려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그의 특징이다.

그러나 메추 감독이 성공할지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다. 아무리 훌륭한 감독이라도 주변의 지원이 없다면 고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경찰이 아니라 감독이다. 선수들과 함께 있을 때, 난 내가 그들의 친구라 생각한다”는 메추 감독이 가슴으로부터 한국 선수들을 움직이게 만들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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