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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규] 인터넷 선거, 참으로 어렵더라

등록 2004-06-04 00:00 수정 2020-05-03 04:23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전자투표시스템 오류로 전당대회를 일주일 연기한 민주노동당에서, 지난 한 주 동안 가장 속이 탄 이는 누구였을까. 컴퓨터 앞에 붙어앉아 여러 밤을 하얗게 새는 동안 가슴은 숯검정이 된 김학규(39) 선관위원장은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죄송할 뿐”이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민노당은 이전에도 전자투표를 치러봤지만 이번처럼 중앙·지방에 걸친 대표단을 선출하는 복잡한 투표는 사실 처음이었다. 당 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원장을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중앙 대의원·시지부 대의원 등을 뽑아야 했고 투표방법도 찬반·선호 등 여러 가지여서 당원 1명이 많게는 40곳까지 기표해야 할 정도였다. 시간도 빠듯했다. 5월6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투표방법이 구체적으로 결정된 뒤 한달도 안 되는 기간에 전자투표시스템을 구축하고 테스팅도 해야 했다. 무리한 일정은 낭패로 다가왔다. 당초 투표 시작일인 24일에도 시스템이 위태위태하자 김 위원장은 투표일을 하루 더 늦추기로 했다가 25일에 이르러 선관위와 각 선거대책본부를 모아 다시 일주일을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하고야 말았다. 투표일이 늦어진 데 대해 선관위가 사과성명을 낸 뒤 당 지도부도 잇따라 따로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인터넷 시스템 오류로 투표가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비판은 따갑다. 제3당이라는 무게만큼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일까. 기대 수준만큼 질책도 매서웠다.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 “컴퓨터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당운영 시스템이 문제”라는 수위 높은 비난도 들었다.

김 위원장은 6월2~5일 투표를 치르고 난 뒤 6월6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시스템 문제와 관련된 경과보고를 하면서 다시 한번 당원들에게 공식 사과를 할 예정이다. 그는 “당원직선제라는 민노당 고유의 원칙이 매끄럽게 운영의 묘로 연결되지 않았다. 원칙을 지켜나가는 와중에 벌어진 실수로 봐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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