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스승의 날’에 ‘제도권 스승’들만 축하를 받는 것은 아니다. 5월15일로 서울대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인 지 229일째를 맞은 김민수(전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교수)씨도 학생들에게서 카네이션 바구니를 받았다. 1998년 조교수 임용에서 탈락한 뒤 지속적으로 복직투쟁을 벌여온 김민수씨는 ‘무학점 강의’인 ‘디자인과 생활’을 12학기 동안 이끌고 있다. “수강생이 적어 폐강이 된 과목도 있는데, 매년 학점도 안 주는 과목에 학생들이 모여드니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선 고맙죠. 오히려 학점이나 교수의 권위 같은 것들로 얽매이지 않고, 학생과 선생이 서로 책임을 느끼는 가운데 가르침이라는 본질적 관계가 바탕을 이루기 때문에 강의실 분위기가 뜨겁죠.”
6년 동안 계속된 그의 복직투쟁 앞에서 서울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모두가 대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4월22일 대법원은 교수재임용 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청구 각하 결정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학의 교수 재임용 심사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의 판례를 뒤엎고, 교수도 부당한 심사에 대해선 얼마든지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 뒤엔 불어불문학과 대학원 22명이 “국민이 낸 세금과 우리가 낸 등록금을 말도 안 되는 소송에 낭비하고 있는 대학 본부는 즉각 항소를 취소하고 김민수 교수를 원직에 복직해야 한다”며 복직을 촉구하는 연서를 내기도 했다.
서울대 외에도 다른 대학들에서 교수 임용 제안이 여러 번 오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민수씨는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지난 대법원 판결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많은 대학 선생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물러선다면 부당한 해직이 또 일어날 것입니다. 전례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서울대 교수’라는 이유로 한 줄이라도 기사를 더 써준 언론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뜻을 이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