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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바위를 뚫어라, 인권의 전당!

등록 2004-05-12 00:00 수정 2020-05-02 04:23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언제 한가하게 ‘운동’한 적이 있겠냐마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김동희(31) 기획부장은 요즘 숨쉴 틈도 없다. ‘일본군 위안부 명예와 인권의 전당’(인권의 전당) 건립의 푸른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의 전당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발굴, 일본 정부 사죄와 배상 요구, 성노예전범 국제법정 개최 등 그동안 정대협이 치열하게 벌여온 활동의 결정체이다.

지난해 12월18일 인권의 전당 점화식을 시작으로 모금운동이 전개되자, 피해자 할머니들은 “우리가 죽으면 무엇이 남겠냐”며 한푼두푼 모아온 정부보조금을 내놓았다. 이 소중한 돈을 거름으로 각계각층의 성원 속에 지금까지 5천만원 정도가 모였다.

그러나 김씨의 갈 길은 멀다. “앞으로 20억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는 내년에 첫 삽을 뜨고 해방 60주년이 되는 2005년 인권의 전당을 완공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권의 전당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생애관, 위안부 운동을 알리는 공간, 후세들의 교육과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김씨에게 지금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은 최고의 진리가 아닐까.

김씨는 대학원생 시절 군 위안부 수요 시위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정대협과 인연을 맺었다. 학생들이 경찰의 저지에 막혀 행사장으로 가지 못하자, 할머니들은 “이 문제를 알려야 할 사람들이 바로 저 학생들”이라며 지하철역까지 ‘구출작전’을 벌였다. 그때 “이 할머니들이 가지고 계신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됐고, 대학원을 졸업하자 바로 정대협에 뛰어들었다. 그는 처음엔 ‘긴장관계’였다가 나중에 “니가 내 새끼야”라고 말했던 어느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털어놓았다. 이것은 정대협 간사들의 가장 큰 보람이다.

언젠가는 할머니들을 모두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 김씨는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셔도 전쟁 속 여성인권의 문제는 남는다”는 말로 정대협의 의미를 규정짓는다. 그는 “자신의 자리가 있다면” 앞으로도 평생 전쟁의 참화 속에 무너져가는 여성인권을 위해 활동할 계획이다. 그의 갈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인권의 전당 후원금 계좌: 조흥은행 308-03-009542 예금주 정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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