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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샤오싱] 날개 없는 휠체어의 비상

등록 2004-04-30 00:00 수정 2020-05-03 04:23

베이징= 박현숙 전문위원 strugil15@hanmail.net

소아마비 장애인인 인샤오싱(尹小星·34)은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약 10년 동안 정상인들이 ‘다리가 있어도 걸을 수 없는 길’을 걸었다. 그것도 혼자서 오로지 휠체어에만 의지한 채 ‘걸었다’.

그는 장쑤 쉬져우(江蘇 徐州)라는 곳에서 태어났고 현재는 광져우에 살고 있다.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소아마비 장애인이 됐다. 소학교와 중학교를 들어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내는 일이 가장 힘들었단다. 그는 이런 남다른 시선들을 견뎌내는 것만이 신체적 장애뿐 아니라 마음의 장애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는 무엇보다 걷고 싶었고,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세상 이야기들을 글로 쓰고 싶었다. ‘기자’의 꿈은 이렇게 생겨났다. “어떤 사람들은 ‘새는 날개가 없으면 날 수 없고 사람은 두 다리가 없으면 걸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새는 날개가 없으면 날 수 없지만 사람은 두 다리가 없어도 걸을 수 있다’고.”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1992년 12월8일 드디어 꿈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두 다리 대신 휠체어로 걸었다. 그렇게 시작한 걸음은 1996년까지 중국의 31개 성과 시, 자치구를 걸었고 그 뒤 타클라마칸사막과 실크로드를 횡단하고 다시 홍콩으로 계속 걸었다. 돈이 떨어져서 걸인 노릇을 한 적도 있고 며칠 배를 곯으며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세상은 참으로 따뜻했다. “나는 걸으면서 삶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희망을 발견했다. 세상에는 아직도 우리가 만나지 못한 착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는 기자의 꿈도 마침내 이뤘다. 그의 노력과 재능을 알아본 한 잡지사의 기자로 취직이 된 것이다. 지금은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그는 자신의 삶의 역정을 담은 이라는 책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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