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3집 음반 에 흐르는 강박적 여유… 여전히 자신의 음악적 역사 기록에 사로잡혀
최민우/ 대중음악 웹진 
더 강박적인, 덜 대중적인
38개월 만에 내놓은 신보라는 말이 선뜻 실감나지 않는 것은 그가 오랫동안 대중적인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았다는 말에 다름 아닐 것이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주류 대중음악계에 데뷔한 이래 대략 10분의 1세기에 이르는 경력의 와중에서, 서태지는 거의 한번의 실패도 없이 효과적인 미디어 서커스를 감행해왔다. ‘아이들’의 해체 이후 다소 줄어든 ‘뮤지션’으로서의 관심은 ‘사업가’로서의 관심이 대체했다.
2001년에는 ‘서태지닷컴’(www.seotaiji.com)과 자체 레이블 ‘괴수대백과사전’을 설립했다. 2002년에는 음악팬들 사이에서 ‘말 많고 탈 많았던’ ETPFEST(‘기괴한 태지 사람들의 축제’의 약자) 콘서트를 개최했다. 2003년에는 인디 록 씬에서 스카우트한 모던록 밴드 넬(Nell)과 하드코어 밴드 피아(PIA)의 음반을 제작했다. 이 사실들은 미디어를 통해 소상히 전해졌다. 피아의 음반은 잘 짜인 수작이었고 넬의 음반은 나름의 장점과 단점을 갖춘 평이한 음반이었지만, 관심은 앨범의 내용보다는 서태지와 이들과의 관계에 더 집중되었다. 그렇다면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뮤지션으로서의 서태지는? 이렇게 간추려보면 어떨까. 더 강박적인, 덜 대중적인. 
솔로 2집은 비싼 프라모델 같은 음반이었다. 정교하고 화려하지만 건전지가 필요해 보였다. 그가 표절했다는 시비가 일던 미국의 록밴드 콘(Korn)과 다른 것은 이 점이었다. 사운드에 대한 서태지의 강박은 있었지만, 콘과 같은 야성적이고 생동하는 공격성은 없었다. 라이브 음반과 묶어 발매한 리레코딩(Re-Recording) 음반은 헤비 록 사운드에 대한 서태지의 집착이 극단으로 갔음을 말할 뿐이었다. 볼륨은 커지고 사운드는 퍼렇게 날이 섰지만 정작 그가 표현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는 한낮에 켠 가로등처럼 희미했다.
절충적인 시도 ‘서태지 클리셰’
이 음반들은 서태지가 대중적인 반응보다는 자기 자신의 음악적 역사를 기록하는 데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더불어 ‘영미권에서는 대중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인기 없는’ 장르를 선구적으로 도입하던 서태지의 발걸음이 느려졌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이번 7집 음반에 대한 서태지의 자신감은 그 또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이제 그 문제를 해결했다는 선언일 것이다. 어떻게 해결한 것일까. 
어쨌든 연극적인 〈Heffy End〉나 사뭇 진지한 (Zero) 등은 시끄럽지만 잘 다듬어진 기타 사운드에 실은 멜로디로 매끄럽게 뇌세포를 공격한다. 그의 예전 히트곡들처럼 기억 속에 오래 남지는 않지만 듣는 동안에는 거부감 없이 흘러간다. 사운드는 이전 음반보다는 한결 트여 있다. 오랜만의 서태지표 발라드인 을 들으며 향수에 젖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테크노 장르의 일종인 드릴 앤 베이스(Drill'n Bass)와 헤비 록 사운드를 깔끔하게 얽어내는 〈Live Wire〉 같은 곡은 소리의 배치에 대한 그의 기민한 감각이 살아 있음을 들려준다.
산만한 구성에도 통제된 흐름
그러나 신보에 그가 강조한 여유와 자연스러움은 없다. 산만한 구성과는 별개로, 곡의 흐름은 철저히 통제되어 있다. 악기들과 효과음이 치고 빠지면서 청자의 정서를 파고드는 지점들은 지나치게 계산적이다. 그래서 이 음반에서 찾게 되는 여유는 숲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쉼터에서 얻는 ‘위험하지만 창조적인’ 것보다는 시립공원의 ‘안전하지만 뻔한’ 여유에 더 가깝다. (Zero)의 쓸쓸하고 웅대한 울림에, ”어쩌면 다 모두 다 같은 꿈/ 모두가 가식뿐/ 더 이상 이 길엔 희망은 없는가“라는 가사에 같이 눈물을 흘릴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어떤 것은 정말 빨리 사라진다. 수많은 가수들의 존재와 그들에 대한 기억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서태지는 같은 방식으로 같은 성공을 손에 쥔다. 서태지의 성공적인 또 한번의 컴백은 유행 따라 정신없이 흘러가는 줄 알았던 한국의 대중음악계가 지난 10분의 1세기 동안 자기 영역을 꾸려온 방식이 라이터 디자인보다도 느리게 변했음을 보여준다.

이 역설의 중심에서 육중한 기타 소리에 맞춰 음악산업을 비난하는 곡(〈F.M Business〉)을 당당하게 연주하는 이는 현재로서는 오직 하나뿐이다. 음반업계는 서태지의 신보가 침체에 빠진 시장을 구원해줄 것이라 믿는 분위기다. 그러나 서태지의 음악은 ‘아이들’ 이후 자기 자신(과 팬들)의 역사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대중성을 강조했다고 해서 그 점이 변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스스로 구하라’는 말을 되새기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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