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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주] 공군 최초의 여성 경비소대장

등록 2003-09-17 15:00 수정 2020-05-02 19:23

가수 ‘세븐’을 좋아하는 고현주(24)씨는 주말이면 청바지를 입고 스니커즈 신발을 신는다. 고씨는 주중에는 얼룩무늬 전투복에 전투화 차림으로 근무한다. 공군 중위인 그는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의 경비 1소대장이다. 고 중위는 공군 최초의 여성 경비소대장이다. “필승! 경계 중 이상 무!” “그래, 수고가 많다. 근무 교대가 얼마 남지 않았군. 기지 외곽 사각지대들에 특별히 주목하고 인수인계 철저히 하도록.”

그는 고3 때 학교를 찾아 사관학교를 소개했던 선배를 보고 군인이 될 결심을 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여성 가운데 특별한 20명(당시 공사 여생도 선발인원)이 되고 싶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제복은 사람들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제복에는 명예와 책임, 그리고 왠지 모를 특별함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는 공군 최초의 여성 경비소대장이란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다른 소대보다 깔끔할 것이다’ ‘병사들을 세심하게 배려해줄 것이다’ 등 긍정적인 기대도 있지만, ‘군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병사들이 불편해할 것이다’(특히 여름철에) 등 부정적인 선입견도 많았다. 그는 뒤에 이 길을 걷게 될 후배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 위해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소대장에 보임돼 이루어진 병사들과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한다. “병사들이 소대장실을 얼마나 깨끗하게 청소해놓았는지 몰라요. 그리고 화장실 한쪽에 ‘소대장님용’이라고 예쁘게 붙여놓은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장병들을 통솔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일의 대부분이 사람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워낙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데다, 자유분방한 병사들이다 보니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무척 많습니다. 계급으로 누르는 것보다는 같이 알고 같이 느끼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잘 안 될 때가 많죠. 가끔 제 힘든 사정을 아는지 힘내라는 편지 한장을 몰래 놓고 가는 병사들도 있답니다. 그런 게 제일 힘이 됩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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