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호 표지이야기, 그 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맞는 말이다. 복지국가 한구석에도 빈곤의 그늘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나라별로 각 사회마다 빈곤의 수준이 다를 뿐이다. 중세시대에 빈민 구제활동을 편 곳은 수도회였다. 그러나 종교혁명의 여파로 교회재산이 국가에 몰수되면서 구빈사업은 국가로 넘어갔다. 초기 자본주의 시절, 넘쳐나는 빈민이 온 나라를 떠돌자 영국은 빈민법(1601)을 제정해 노동능력이 있는 빈민을 노역장에 강제 수용했다. 작업장 수용을 거부하는 빈민은 구제받을 자격을 박탈당했다. 빈곤의 원인을 나태, 독립심 결여 등 개인의 도덕적 결함에 있다고 보고 빈민을 범죄자처럼 취급한 것이다.
물론 당시에도 일하면서 배고픈 노동빈민(the working poor)은 매우 많았다.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속에서 가장의 벌이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지자 부녀자와 아동까지 노동에 나서야 했다. 그래서 제정된 것이 부인과 아동 노동을 규제한 공장법이다. 공장법은 그러나 삶의 질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노동자들이 피폐해 병들고, 출산을 담당한 부인과 아이들까지 죽으면 생산이 멈춰버리고 결국 자본축적이 중단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빈곤문제를 가장 큰 사회악으로 보고, 국가가 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나선 것은 1930년대에 와서였다. 비로소 “빈곤은 저임금과 실업 등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최저생활보장은 국가의 책임이다”는 것이 인정됐다. 그 뒤 70년대까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당 5달러’의 고임금체계로 대표되는 포드주의 아래서 노동자들은 자신이 번 돈으로 아내를 바깥에 내보내 일 시키지 않고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노동빈민이 다시 등장했다. 이른바 신빈곤층인데,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이 층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운동장 한구석의 수돗물로 배를 채우고 괜히 구르는 돌멩이만 차던 때는 흘러간 옛날이 되었다. 하지만 절대빈곤이 물러간 자리에 노동빈민층이 새로 형성되고 있다. ‘익숙하지만 어느새 낯선’ 것이 돼버린 빈곤을 다시 주목하자. 이것이 제442호 ‘블랙홀 신빈곤’의 애초 기획의도였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미국 연방검찰, 연준 의장 강제수사…파월 “전례 없는 위협”

“임무 완수, 멋지지 않나”…김용현 변호인, 윤석열 구형 연기 자화자찬

“윤석열, ‘사형’ 훈장으로 여길 것”…서울대 로스쿨 교수 경고
![[단독] ‘검찰도 내사 착수’ 알게 된 김병기, 보좌관 폰까지 “싹 다 교체 지시” [단독] ‘검찰도 내사 착수’ 알게 된 김병기, 보좌관 폰까지 “싹 다 교체 지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1/53_17681320293875_20260111502187.jpg)
[단독] ‘검찰도 내사 착수’ 알게 된 김병기, 보좌관 폰까지 “싹 다 교체 지시”

‘침대 변론’ 김용현 변호인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 칭찬해줘”

골든글로브 거머쥔 ‘케데헌’…이재 “거절은 새 방향 열어주는 기회”

트럼프 “이란과 회담 조율 중”…유혈진압 두고 “행동 취할 수도”

정청래, 공소청·중수청법 당정 이견 조짐에 ‘함구령’

관세로 장사 망치고, 공무원들은 내쫓겨…‘일상’ 빼앗긴 1년

홍준표 “인성 참…욕망의 불나방” 배현진 “코박홍, 돼지 눈엔 돼지만”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09/53_17679679801823_20260108503886.jpg)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102/2026010250210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