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호 표지이야기, 그뒤
사실 민심기행은 곤혹스러운 품팔이다. 여론조사가 과학이라는 방법론의 든든한 후원을 받는다면, 민심기행은 과학의 자리에 직관을 들어앉힌다. 말이 좋아 직관이지, 열심히 발품을 판다한들 당락을 점칠 수는 없다. 직관이라면 역술인에게나 어울릴 일이다. 그런데도 때가 되면 왜 민심기행을 떠나는 걸까. 5년 전에도 영남지역을 한바퀴 잡아돌았던 터에, 5년이 지나 다시 스스로에게 이렇게 되묻는 일로 민심기행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낯선 외지인에게 좀처럼 입을 열려 하지 않는다. 5년 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다. 입을 열더라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반대로 입을 다문다고 해서 메시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발언과 발언 사이에서, 침묵과 침묵 사이에서, 발언과 침묵 사이에서 인과관계나 삼단논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무모하다. 다만 그 미로 속에서 흐름과 방향 정도를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
민심기행이 흥미로울 수 있는 건 민심 안에 모순과 갈등이 내재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로는 결코 그 흥미진진한 역동성을 읽어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부산과 대구는 이번 기획의 최적지로 판단됐고, 현지를 돌면서 판단이 정확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사람들과 대구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무언지 용솟음치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이미 마음을 정한 듯했지만, 많은 이들은 아직 선택을 유보하고 있었다.
5년 전에도 그들의 마음은 뒤숭숭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고민은 그때와는 좀 달라 보였다. 5년 전 그들은 마지막까지 복잡한 논리와 비논리를 섞어가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홀가분한 선택이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번 민심기행에서 제기한 그 가능성을 경남과 대구, 경북의 민주당 국민경선 결과를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유권자가 홀가분하게 누군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걸 정치의 발전으로 규정해도 심각한 비약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음모론이나 색깔론이 난무하는 정치판을 다시 보는 건 언짢다. 그러나 황사바람이 불어도 봄은 봄이다. 민심이 액면 그대로 천심일 수 있는 날도 그리 머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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